국제 국제일반

버핏 "미국 벗어나 전세계로"

■ '오마하의 축제' 버크셔해서웨이 주총<br>"많은 작업 진행중" 투자대상 해외확대 거듭 역설<br>"서브프라임 부실 美경제에 큰 위협 되지 않을것" <br>"좋은 투자자 되려면 무엇보다 위험관리 잘해야"

워런 버핏 (가운데)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5일(현지시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 도중 계열사인 속옷제조업체 '프룻오브더룸' 부스에서 과일모양의 옷을 입고 공연을 벌인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오마하=AP연합뉴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5일 오전5시30분. 미국 중부의 조그마한 타운 오마하의 퀘스트센터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200m의 장사진을 이루며 입장을 기다렸다. 7시 출입문이 열리자 워런 버핏(76) 회장을 조금이라도 가까운 자리에서 보려고 주주들이 앞자리로 달려들었다. 2만6,000명의 주주들이 퀘스트센터 전시장 자리를 가득 메우자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을 보는 듯하다. 버핏 회장은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와 경영전략을 주주들에게 전달하며 열띤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 무엇보다 해외투자 다변화를 역설하며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우리의 이름을 해외에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우리의 투자 대상 스크린 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달러약세로 해외시장에서 좋은 투자 대상을 찾을 경우 기업주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 환차익도 같이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 기업에 집중됐던 투자 대상이 전세계로 더욱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버핏 회장은 “모기지 부실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회복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부동산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어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과거에 비해 정크본드와 정상 채권간 스프레드가 크게 줄어들 정도로 개인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이 위험요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과거에 있었던 시장충격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 버크셔의 보험사업이 최근 기록한 좋은 실적이 ‘지속불능'이라며 주의를 요망했다. 그는 "보험 수입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자연재해 발생으로 우리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루퍼트 머독이 다우존스 투자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ㆍLA타임스 등이 발행부수와 광고 감소로 고전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버팔로뉴스도 발행부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해 신문회사에 대한 지분투자 가능성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어떻게 하면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연습을 한 후에 물에 들어가는 것처럼 투자공부를 하고 많은 책을 읽고,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위험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하마의 축제’로 불리는 이날 주총에는 버크셔의 이사인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을 비롯해 2만7,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ㆍ파키스탄ㆍ중동ㆍ남미 등 전세계에서 600명의 해외 주주들이 날아들었고 해외 60여개 언론사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일본에서 온 해외투자자 나카무라 다쯔야씨는 “왜 사람들이 오마하의 축제라고 부르는지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됐다”며 “내일 돌아가야 하지만 오늘은 흥겨운 파티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과 같이 춤을 추고 인사를 나누고 직접 기타를 치는 등 회장이 아니라 같은 주주로서 자리를 함께 즐겼으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분석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과연 버핏’ 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버핏 회장은 오전9시30분부터 오후5시30분까지 8시간 동안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를 구수한 화술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깔끔하게 진행했으며 주주들의 질문에 일일이 글로벌 경제진단과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주들은 숨을 죽였고, 환호했고, 박수로 화답했고, ‘워런 버핏’을 외쳐댔다. 그들은 주주자격을 떠나 버크셔해서웨이의 가족이라는 동질감에 기뻐했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자 주주들은 버핏이 운영하는 ‘볼샤임’ 보석가계로 쇼핑에 나섰다. 20만달러 목걸이, 7만달러 시계를 바로 현장에서 카드로 결제하고 두툼한 쇼핑가방 몇 개씩을 들고 호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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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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