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새누리당의 이중잣대


# 장면 1. 2013년 11월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새누리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의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를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황우여 대표는 "종교에는 국경이 없으나 종교인에게는 엄연히 조국이 있다"며 "박 신부의 강론은 국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 장면 2. 2014년 6월13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


새누리당은 '철통 방어'에 돌입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한 교회 강연에서 일본 식민지배 및 남북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러한 발언이 교회라는 공간적 특수성이 바탕이 된 종교적 관점에서 나온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문 후보자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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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안 모두 종교적 모임에서 비롯된 사태다. 지난 2013년 당시 새누리당은 박 신부에 대해 "종교 뒤에 숨지 말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게 했다. 반면 당시 야권 일부에서는 박 신부 강론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부만을 과장해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다. 이번에는 여당이 문 후보자 강연의 전체적인 맥락과 종교적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당시 박 신부의 발언도 큰 파문을 불러올 만큼 문제가 있었음은 맞다. 하지만 전체 문맥을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 문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 발언도 상당히 문제될 수 있다. 문 후보자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하나님이)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너희들은 고난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한테 고난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 전문(前文)에 전면으로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면 모든 경우에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 반면 한 구절이 문제가 된다면 같은 잣대를 들여대야 한다. 때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여댄다면 그것은 이중잣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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