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돌발 악재로 떠오르면서 코스피지수가 1,700대로 밀려났다. 특히 그동안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면서 지수 부담이 있었던데다 유럽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까지 한꺼번에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오후부터 급락세로 돌변해 결국 전일보다 1.40%(24.27포인트) 후퇴한 1,707.7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가 1,70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7일 이후 8거래일 만이며 1% 이상 하락한 것도 6월7일 이후 처음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던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관련 업종이 2%를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포스코를 비롯한 정보기술(IT)과 철강 업종들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증시 급락을 유발한 최대 요인은 중국이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며 중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를 전월 대비 1.7% 상승에서 0.3% 상승으로 수정 발표했다. 여기에 씨티그룹까지 중국의 긴축정책과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로 중국 수출이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이 여파로 중국 상하이지수가 4.26%나 급락했고 홍콩H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도 2.95%, 1.27% 떨어졌다. 대만 자취엔지수도 1.03% 뒷걸음질쳤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지수도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수 급락을 그동안 시장에 잠복해 있던 여러 악재들이 한꺼번에 돌출하며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기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여기에 그동안 미국 등 해외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는 전고점에 육박하는 등 '나홀로 강세'를 유지한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하면서 지수가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앞으로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기의 근원이 글로벌 경기둔화에 있는 만큼 미국의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현물을 순매수한데다 주가 하락 자체도 해외 증시와의 '키 맞추기' 성격이 강한 만큼 심각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번주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의 향방에 따라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는 만큼 미국 지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날 시장 코멘트를 통해 "기존 박스권 장세에 대한 시각은 유지하되 지수 하단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매수를 늦추고 미국의 경기지표를 보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발 위기가 증시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가 하락의 원인은 중국의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