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리처드 D. 루이스 지음, 살림출판 펴냄 지난 2000년 11월 핀란드의 닷컴 백만장자인 야코 리촐라가 자신의 비공식 교통법규 위반 벌금 기록을 깨뜨렸다는 기사가 언론을 탔다. 시속 40㎞의 속도제한 구간을 약 70㎞로 달렸다가 경찰에 적발돼 50만 마르카(약 8,700만원)의 벌금을 냈다. 핀란드에서는 교통벌금을 범칙자 소득에 비례해 부과하며 상한선이 없는데 이미 그는 1년 전 30만 마르카(약 4,500만원)의 벌금을 냈고 또 다시 그보다 더 많은 벌금을 낸 것. 벌금액이 엄청난 것이 화제가 됐지만, 그것보다도 리촐라가 자신의 위반사실을 털어놓고 순순히 벌금을 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 놀랐다. 19세기까지는 한낱 극지방의 생존자에서 스웨덴 동부의 속주국가에 불과했던 핀란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자이리톨껌의 원료인 자작나무와 파보 누르미 등 육상 장거리 선수 말고는 별로 내세울 게 없었던 핀란드는 국민들 특유의 에너지와 불굴의 집념 그리고 정직성으로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국가로 우뚝섰다. 핀란드는 남한의 3.3배 크기의 땅에 500만명이 사는 특히 인구면에서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에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율 면에서 세계 2위, 특허 출원 성공률 세계 4위의 선진국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반부패 국가, 문자 해독률 및 수학ㆍ과학 성취도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인당 휴대전화 이용율, 인터넷 사용율, 네트워크 준비지수 등 정보통신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엔의 세계수자원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수질지수 역시 1위는 핀란드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유럽의 핀란드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핀란드인의 특성인 정직성과 투명성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성공비결로 요약했다. 저자는 핀란드의 역사ㆍ민족ㆍ기질 등 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과 아울러 앞서가는 핀란드 기업의 강점과 리더십을 전방위로 분석했다. 빚지고는 못 산다는 일념에 1 마르카(약 175원)를 갚기 위해 눈 덮인 산길을 5㎞나 걸어가는 사람이 사는 나라,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 앞에서 과장되게 말하는 것을 꺼리지만, 핵심 만을 명쾌하게 짚어내는 사람들이 일하는 나라가 바로 핀란드다. 52일 동안 이어지는 극야의 겨울과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핀란드 날씨는 악명이 높지만 핀란드인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이땅에 뿌리내리며 사회ㆍ예술ㆍ경제ㆍ산업ㆍ행정ㆍ정치ㆍ기술 등 모든 면에서 고도로 발전된 현대 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추운 날씨는 핀란드인들의 우직한 성격 그리고 정직성과도 통한다. 핀란드식 정직성은 순수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법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세금을 낸다. 핀란드에서는 총리가 국회에서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면 해임의 사유가 되기도 할 정도로 공인들은 명확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핀란드 기업의 경쟁력은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인류의 공존공영에 관심이 크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의 영리를 위해 운영체제 프로그램인 윈도를 개발하는 동안 핀란드의 청년 리누스 토발즈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램 ‘리눅스’을 선보인 것을 그 예로 들었다. 핀란드인의 리더십은 민족적 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 정직성ㆍ단도직입성ㆍ안전성ㆍ실용주의ㆍ합리성ㆍ결단력ㆍ현실성 등이 핀란드 리더십의 특징이다.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다른 기술을 지닌 임원들이 서로 보완하는 균형 잡힌 리더십이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내는 저력이라고 책은 분석했다. “핀란드의 지도자들은 시대에 맞추어 움직이고, 기술을 수용하고 추진하며, 용기를 발휘하여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다. 이들은 서양의 에너지에 동양의 지혜를 결합시켰으며, 타인의 도움을 구하기보다 스스로의 자원에 의존했다. 핀란드 기업의 성공은 핀란드의 성공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