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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을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이지만 지난 8년간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정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패한 뒤 절치부심하며 기다려온 인물이다. 그는 6선인 김상현 전 의원의 셋째 아들이기도 하다. 정치 거물에 맞선 중고신인인 셈이다.
그의 아버지는 서대문갑ㆍ을에서 4선을 지냈다. 그래서인지 지난 26일 그가 서대문 모래내시장을 돌 때 만난 60대 이상 유권자는 그를 '김상현 아들'이라며 반겼다. 반면 "국회의원이 재산도 아니고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말이 되냐(40대 자영업자 박모씨)"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김 후보는 "아버지는 전남 장성 출신이고 마지막 출마를 광주 북구갑에서 하셨으니 그 지역에 출마했다면 지역구를 계승했다고 비판 받을 수 있겠다"면서도 "나는 아무 노력 없이 아버지 권력을 이어받지 않았다. 당내 경선을 두 차례 승리했고 통합진보당 후보와도 단일화에 성공했다. 정치인의 아들은 맞지만 계승 논란에서는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김한길 전 의원 등 거물급 공천이 거론되던 이 지역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며 당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본선 역시 쉽지 않다. 여야의 자체 판세분석에서 정 의원이 경합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평균 정착률이 10%에 그친 이 일대 뉴타운사업 실패에 대한 주민들의 염증이 심각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후보는 "정 의원이 17대 총선에서 공약한 뉴타운은 원주민의 90%를 떠나게 했다"면서 "19대 총선에서는 갑자기 경전철 건설을 이슈화시키는데 주민의 숙원사업은 맞지만 지난 8년 임기 동안 예산 문제를 따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의원 측은 되도록 낮은 자세로 유세에 임하고 있다. 호남 출신이 80%에 이르는 야당 텃밭에서 당보다는 인물론을 앞세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