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동북아지역의 경제중심지 건설을 신정부가 추진해 나가야 할 핵심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새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를 동북아지역의 물류중심지 및 IT(정보기술)센터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전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북아 금융허브 설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비현실적인 비전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대외경제환경의 변화를 감안할 때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은 인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익히 알다시피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디플레 조짐이 중국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중국경제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구조를 현재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및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구축은 국내 금융산업의 질적 양적발전을 통해 이러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시아지역의 금융협력강화 움직임도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 동안 역내 금융협력은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계기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중앙은행간 통화스와프 등과 같이 위기 재발에 대한 사전예방이나 사후처방 위주로 전개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내 금융협력은 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ASEAN 및 한려芟일 3개국은 역내 자본시장 발전을 통해 역내의 잉여자본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내 잉여자본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해외투자 및 예금 등을 포함할 때 1조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육성은 바로 이러한 기회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성장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뉴욕 또는 런던과 같이 전세계의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활동을 영위하는 금융센터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시아 시간대를 활용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금융센터로 거듭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실물경제의 규모가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금융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의 과감한 규제완화로 인해 외국인의 국내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거의 사라졌으며,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도 아시아 지역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전세계 GDP의 약20%를 차지하는 동북아 지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인 여건, 수준 높은 교육열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용이하다는 점 등도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변한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달성이 쉬운 과제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경제의 앞날이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및 지식산업의 성장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김홍길 기자 wha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