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둔화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미국 기업들이 지난 2001년 경기침체 때와 같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유동성 경색의 파장이 소비둔화ㆍ재고증가ㆍ판매저조 등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채권 수익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정크본드 발행 기업들은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차환발행도 여의치 않아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15개월 이내에 미국의 75개 정크본드 발행기업의 디폴트 규모가 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둔화와 유동성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2001년 때와 같은 회사채시장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2,500억달러의 회사채가 디폴트에 빠졌던 2001~2002년과 같은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급기준 B이하의 투자부적격 등급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은 전체의 40%에 달하며 이는 10년 전의 35%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들 기업의 세후이익 대비 부채 비율은 6배로 사상 최대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FRB의 연방금리 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예상해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오르는 등 정책금리와 시중금리가 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 국채(TB) 10년물과 2년물은 18일 FRB의 금리인하 발표 이후 오히려 오름세로 돌아섰으며, 장기채와 단기채간 금리차이인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몸을 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위험부담이 높은 회사채 인수를 꺼리고 있어 글로벌 신용경색 장기화와 함께 기업들의 디폴트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