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북측의 묘한 이중잣대

“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식에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북측이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입북 금지조치를 풀지 않는 것에 대한 현대그룹 주변 관계자의 평가다.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개성에서 만나 금강산사업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북측은 여전히 윤 사장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업 정상화에는 합의하면서도 상대편 사업 파트너의 수장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비상식적인 태도다. 북측은 그동안 갈등의 발단이 됐던 현대그룹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해임건에 대해 담화문 등을 통해 김 부회장이 ‘이름도 모를 몇몇 사람들’에 의해 축출당했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그 배경에 있는 이른바 ‘야심가들을 버릴 것’을 요구해왔다. 현대그룹이 김 부회장 해임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개인 비리건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담화문에서는 ‘야심가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는 않았지만 윤 사장이 그 중 한명으로 지목돼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업계 정설처럼 굳어져버렸다. 헌데 북측은 현대그룹과 함께 지난 10일과 11일 두차례에 걸친 리 부회장과 현 회장의 협상 타결 직후 공동보도문을 통해 현대아산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현 회장도 리 부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그간의 오해가 모두 풀렸다”고 말해 김 부회장 해임건에 대한 북측의 의구심이 풀렸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윤 사장에 대한 ‘야심가’라는 의혹도 풀렸어야 하고 그의 입북 금지조치도 풀어주는 것이 순리겠지만 북측은 여전히 윤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 묘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 회장이 윤 사장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식의 하마평까지 나돌고 있다. 대북사업의 장래를 내다봤을 때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경영상의 잘못도 없이 사업 파트너의 외압에 의해 물러나야 하는 비상식적인 관례가 남아서는 안된다. 북측과 현 회장 모두 윤 사장의 인사 문제가 개별기업 차원의 것이 아니라 남북 경협 차원의 이슈가 됐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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