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이천표 통신개발연구원장(특별기고)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정보화의 열풍이 최근 선진국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기반(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구축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워 정보화를 통한 경제부흥에 매진했던 미국은 지난 1·4분기에 5·9%라는 획기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다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거머쥐고 있다.최근 미국의 고도성장 요인은 두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이 독보적인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시장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정보통신산업이 급격히 성장하였고 그 결과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였다. 둘째, 정보통신기술이 경제활동에 적절히 응용되어 기존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서 과거 산업사회에서 추구하기 어려웠던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였다. 기업경영도 산업사회적 관료주의를 재빨리 탈피하여 정보시스템에 적절한 방식으로 리엔지니어링됐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핵심기술의 보유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핵심기술의 보유가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고부가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요자를 신속히 발견하고 수요자의 요구특성을 파악하여 제품에 정확히 반영하여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생성주기(life cycle)가 짧으므로 신속한 제품개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신속한 정보교환, 정보처리 및 가공 그리고 이것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환경 등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핵심적인 요소다. 즉 정보화는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핵심적인 도구가 된다. 산업사회의 주요 사회간접자본이 동력발전 설비, 도로, 항만이라면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교환·처리·가공이 이루어지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이며 국가경쟁력의 주요 요소가 된다. 정보화의 추진도 결국 정보통신망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무엇보다도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속국가망」구축사업 등을 통하여 기간망은 꾸준히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고속 디지털회선 기술, 무선가입자망 기술 등 경제적인 기술이 개발되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조속히 가입자망을 고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전국적 광가입자망의 구축보다는 가입자의 수요와 경제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러한 기술대안들을 초고속가입자망 구축에 수용하기로 한 정부의 최근 방침은 시의적절하고 유연한 정책결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에 대하여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금융·세제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네트워크사업도 장치산업과 같이 초기에 많은 매몰비용(sunk cost)이 요구되며 고도 정보통신서비스의 경우 광가입자간선망 구축, ATM(전전자교환기)설비 등 사회간접자본의 성격을 띠는 설비투자에 많은 매몰비용이 든다. 반면 초기 고도정보통신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일 것이므로 통신사업자는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과거 통신사업이 독과점체제일 때는 제도적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이루어 질 수 있었으나 통신사업이 경쟁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투자재원의 확보가 어려워져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은 향후 투자재원의 50% 이상을 외부차입에 의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가 다각도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업차관도입과 해외증권발행 등에 관한 규제완화를 고려해 볼만하다. 외국자본의 유입은 일시적으로 물가상승과 국제수지악화를 야기할 수 있으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는 관련 국내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을 촉진하여 결국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일시적으로 세수감소를 초래할 것이나 정보통신인프라구축에 의해서 촉진될 거대한 멀티미디어시장의 창출과 이에따른 세수원의 증가는 궁극적으로 국가재정에 이바지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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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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