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탁·로비의혹 규명 관건/정태수씨 검찰수사 어떻게 될까

◎어음남발 등 일부사항은 구체증거 확보한 듯검찰이 조사 착수 4일만에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을 소환함으로써 한보의혹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핵심인물인 정총회장을 소환한 것은 혐의 입증의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총회장의 조기 소환에는 국정조사 등 정치권의 움직임을 의식, 가급적 빠른 기간내에 수사를 마치려는 포석과 함께 정씨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이들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감출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한보의 김종국 전재정본부장과 정일기·홍태선 전한보철강사장, 은행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정총회장에 대한 상당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보신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공금유용, 어음남발 등의 책임을 물어 정총회장을 일단 구속한 뒤 특혜대출과 비자금 의혹 등을 캐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찰의 주된 표적은 정·관계 및 금융계 로비에 맞춰져 있다. 이와관련, 최병국대검중수부장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정치권 연계설을 명확히 밝혀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검찰이 정씨를 소환함에따라 제일·산업·조흥·외환 등 관련은행의 전·현직 행장들에 대한 소환도 임박했다. 이미 이철수 전제일은행장은 이날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따라 다시 수감됐다. 검찰은 이에앞서 제일은행 박석태 상무와 산업은행 손수일 부총재보 등 여신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대출 경위를 조사했다. 당진제철소 매립허가 및 대출 압력의혹과 관련해 통산부와 재경원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은행감독원 임직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주요 인물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한보 계열사에서 압수한 회계장부와 대출자료 등에 대해서도 국세청·은행감독원 관계자 30여명의 지원을 받아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씨가 특혜청탁 및 정치권로비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이 대목에 대한 수사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층의 대출압력 의혹이 어느정도 밝혀질지는 불투명하다. 아무튼 검찰이 정씨에게 적용을 검토중인 혐의는 부정수표단속법 등 4∼5개에 달해 정씨의 구속은 확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융통어음을 남발하고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아낸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또 정·관계 인사에 대한 대출 로비가 사실로 확인되면 뇌물공여 및 증재죄가 적용된다. 결국 『정씨를 조기 소환한 것은 「작은 고지」 하나를 점령한 것에 불과하다』는 검찰 고위관계자의 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사가 정치권 및 금융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시간문제로 관측되고 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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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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