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담당 사장은 22일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미래를 위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험이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 날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포럼(SMS)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지금 삼성전자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는 1~2년 전에 계획을 수립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벌써부터 계획해온 부분이 현시점에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하면서도 "이 전 회장 퇴임 후 당장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 (삼성전자의) 10년을 내다본다면 잘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형 투자를 주로 진행하는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반도체담당 CEO가 이 전 회장 복귀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앞서 최지성 DMC(세트)부문 사장 또한 최근 "다시 오너 경영체제로 돌아가는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 모든 책임을 질 오너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이 오너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권 사장은 이 전 회장을 직접 언급해 뉘앙스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연스럽게 그룹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 복귀론과 이재용 전무 전면 부각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권 사장은 이어 효율 위주의 반도체 투자 전략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권 사장은 "하나의 기술의 수명을 길게 끌고 가는 대신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며 "4차선 고속도로를 넓히기만 할 게 아니라 시속 100km 속도를 200km로 끌어올리면 아웃풋(결과)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시황 관련해서는 "상반기보다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수감사절(11월말)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권 사장은 "실적은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밝힐 내용은 아니다.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줄기차게 내세워온 하이닉스 인수 불가론에서 다소 전향적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