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암수, 그리고 함정수 제7보(122~150) 계가로 가서는 승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펑첸은 잘 알고 있다. 흑23은 우변 백대마의 사활을 위협하면서 이득을 보겠다는 착점이다. 이 수를 보고 검토실의 원성진이 말한다. “철한이 성질에 이쪽을 받아주지 않을걸. 상변을 삼키고 볼 거야.” 최철한의 단짝인 원성진은 최철한의 기풍과 취향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24가 모니터에 보였다. 우변을 잡을 테면 잡아 보라는 배짱의 한 수. 흑25로 마침내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최철한은 사는 수를 오래 전에 보아놓고 있었다. 흑31은 일종의 암수. 백32로 웅크린 것은 최선. 흑49도 역시 무서운 함정수였다. 여기서 최철한은 결단을 내렸다. 패를 각오하고 50으로 때려낸 것이다. 패를 겁내어 참고도의 1로 두는 것은 흑2 이하 6으로 백이 걸려든다. 좌우의 백대마 가운데 하나는 잡히는 것이다. 백7로 우변쪽을 살리면 흑8 이하 12로 왼쪽 백대마가 잡힌다. 이젠 흑이 가에 집어넣는 패가 최후의 변수로 남았다. 그 전투의 결말을 최철한은 이미 내다보고 있었다. 우변을 버리더라도 다른 데서 보상을 찾을 수 있으며 진작에 승부는 결정되어 있다고 최철한은 굳게 믿고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2-12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