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로비공개법 제정하자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는 오랫동안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돼왔다. 예산낭비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자 지난해 국무총리실이 나서 보도블록 교체를 어렵게 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예산낭비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다양해지고 대형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제는 단순히 보도블록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가로수를 교체하거나 보도 넓히기 또는 좁히기 공사 등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경우 느닷없이 가로수를 소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도대체 소나무가 가로수로서 무슨 이점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관상으로도 높은 막대기를 꽂아놓은 것 같은 도심 길거리 소나무의 모습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보도뿐 아니라 교차로 등을 중심으로 비좁은 도로까지 파헤쳐 나무를 심거나 화단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비좁은 도로를 넓히지는 못할망정 도로를 없애면서까지 그런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비난이다. 그뿐이 아니다. 사람의 보행을 위해 있는 보도는 온통 말뚝과 울타리, 흉물스러운 대형 화분 같은 것을 늘어놓아 보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보행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말뚝, 울타리, 대형 화분 천국이 돼버린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말이 보도지 자칫 한눈 팔다가는 언제 어디에 부딪혀 다칠지 모르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시민의 편익 향상과 도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나 사업은 예산낭비다. 서울시는 한강프로젝트를 비롯해 디자인서울, 길거리갤러리사업, 광화문광장 조성계획, 각종 이벤트성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겉치레가 아니라 도로를 비롯해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도시경쟁력도 높아지고 시민의 삶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가진 서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답답한 교통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도로와 마음 놓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국민의 수요 및 입장과 동떨어진 예산낭비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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