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ㆍ사치품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ㆍ개인의 이름을 관보에 공시, 각국 금융기관에 계좌 동결ㆍ폐쇄를 유도하는 ‘족집게식 추가 대북제재’에 나선다.
25일 정부와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이같은 방안을 마련, 우리 정부에 설명했다. 1차 제재대상이 은행에서 기업ㆍ개인으로 바뀌는 셈이다.
미 정부가 ‘기업ㆍ개인 블랙리스트’를 관보에 공시, 금융기관의 자율적 계좌 동결ㆍ폐쇄를 유도키로 한 것은 지난 2005년 9월 ‘북한의 자금세탁 의혹이 강한 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가 예금인출 사태 등으로 마카오 정부의 관리하에 들어간 것과 같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ㆍ개인의 계좌가 개설된) 금융기관이 (계좌동결ㆍ폐쇄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신용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미 정부의 공시가)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천안함 사건의 후속 대응으로 유엔 대북제재 1718호ㆍ1874호를 더 엄격히 시행하며 불법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ㆍ은행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금융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로 들어가는 현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거래 계좌가 중국 금융기관에 몰려있어 이번 추가 대북 제재조치의 성패도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협력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는 천안함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등 채택 과정에서 북한을 감싸고 돌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은행들은 중국 등 12개국 17개 은행에 37개 대외거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7개(46%)가 중국인민은행(11), 중국건설은행(5), 홍콩 HSBC(1) 등 중국계 은행이다. 북한 은행별 해외계좌수는 압록강 조선통일발전은행이 21개로 가장 많고 조선광선은행 9개, 동북아시아은행 4개, 고려상업은행 3개 순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 금융계좌 200여개 중 100여개에 대한 불법거래 혐의를 포착, 1차로 30여개에 대해 일부 동결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