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글로벌증시는 돼지인플루엔자(SI)라는 대형악재에도 탄탄한 흐름을 보여줬다. SI는 초기 사망자만 100여명을 웃돌아 글로벌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증시도 제자리로 복귀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추가 상승만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SI가 파괴력을 더해 갈 경우 돌발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글로벌증시의 단기변수가 될 스트레스 테스트(미국 재무부가 은행들의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시스템) 결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상승을 이끌만한 예고된 모멘텀도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급등 부담감 및 증시의 변동성 등을 이유로 당분간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SI 충격 그리 크지 않아=지난 주 글로벌증시는 SI 우려로 잠시 몸살을 앓기도 했으나 이내 제자리를 찾았다. 진원지인 멕시코의 경우 SI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27일 페소화 폭락과 함께 주가가 3% 넘게 급락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다른 나라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상승궤도를 이탈할 것만 같았던 글로벌증시는 불과 하루 만에 원위치로 돌아갈 정도의 저력을 발휘했다. SI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힘을 얻은 덕분이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아시아까지 확산된 SI의 영향으로 글로벌증시가 조정을 받는 모습을 나타냈으나 이를 단기악재로 인식하는 흐름으로 전환되면서 악재로의 영향력이 많이 소멸됐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촉각=지난 주 금요일 뉴욕 증시는 상승마감하면서 한 주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제조업 및 소비심리 지수 등 주요 경기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8,200선을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는 8주 연속 오르며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증시가 SI 우려를 딛고 강세를 이어가자 추가상승 기대감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발표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은 일단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직전 거래일 미국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은행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주가가 각각 2.6%, 1.6% 하락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보여준다. 물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예고된 악재란 점에서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추가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나타날 때까지 증시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추가상승을 담보해줄 강력한 모멘텀이 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汎)중화권의 상대적 강세=지난 주 중국, 대만, 홍콩 등 범(汎)중화권 증시는 단연 돋보이는 상승률로 SI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린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만증시가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주초반 이틀 간 4% 넘게 하락하며 주춤하던 대만 가권지수는 4월 마지막 날 6.74%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18년 이래 최대의 상승폭으로 대만증시 가격제한폭이 7%인 점에 비춰보면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최대 한도로 오른 셈이다. 대만증시의 폭등을 이끌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중국이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차이나모바일이 대만에 40억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 본토자금 유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형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추가상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단기간 지수가 급등한 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본토자본 유입이 가시화되기 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자본 유입은 분명히 호재이지만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대만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