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대로 경제팀/정경부 이세정 차장대우(기자의 눈)

「법대로 경제팀」최근 강경식 경제팀이 교과서적인 시장경제 원리만 내세우면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부도 및 부도유예 사태, 금융시장 불안 등이 잇따르자 「법대로 경제팀」탓이라는 얘기가 조금씩 회자되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 강만수 재경원차관이 모두 서울대 법대출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증현 재경원금융정책실장, 이윤재 경제정책국장, 김진표 은행보험심의관 등 최근 경제현안을 직접 담당하는 라인이 공교롭게도 서울대 법대출신 일색으로 채워져 있다. 또 기아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유시렬 행장과 산업은행 김영태 총재도 모두 법대출신이다. 이들중 강부총리와 김수석, 이경제 정책국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강부총리는 지난 83년 재무차관과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이국장은 지난 95년 은행보험심의관을 2년간 거쳤다. 강차관, 윤금융실장, 김은행심의관은 재무부출신. 그러나 법대출신으로 짜여진 강경식 경제팀은 최근 한국은행법 개정과정에서 법제처로부터 재경원이 마련한 한은법 개정안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모양새를 구기기도 했다. 이들은 기아사태이후 줄곧 시장경제원리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강부총리는 기아사태와 관련, 『개별기업의 경영실패에 대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법대로」팀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부총리와 김수석은 『제일은행도 기업이다』며 『부실채권은 은행경영을 잘못한 때문인데 한은 특융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하겠다는 법대 경제팀의 주장이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을 조기에 수습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금융관계자들은 『모든 사람이 내일 비가 온다고 주장해도 비는 오지 않지만 대다수 사람이 금융불안을 우려하면 금융시장은 반드시 흔들리게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안정에 대한 시장 주체들의 신뢰라는 얘기다. 금융시장은 언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생물인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법대 경제팀은 경직된 시장경제 원리를 고집하면서 굳이 하지않아도 될 발언까지 서슴지않아 금융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강경식 경제팀은 시장경제 원칙 고수에만 얽매인 「법대로 경제팀」이어서 시장경제 운용에 필수적인 유연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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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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