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세 번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서 촉발된 시장의 불안심리는 미국 금리인상 조치의 불확실성, 유가 등 원자재 가격급락 등과 맞물려 확산됐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된 지난달 11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코스피지수는 8.7% 하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지수는 18.3%,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 각각 급락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이후 각국 증시가 반등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위기가 들이닥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가을 위기설'까지 떠오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1990년대 중후반 아시아지역의 외환·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1994년 1월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됐고 이어 2월에는 미국 금리가 예고 없이 인상되면서 신흥국 환율이 급등했다. 현재의 위기를 촉발시킨 요인들이 과거에도 이미 한 차례 위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선 미국이 1994년에 기준금리를 갑자기 인상했으나 최근에는 시장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했다. 금리인상 폭도 다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94년 3%에서 1년 동안 6%로 뛰어올랐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태도를 보면 점진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신흥국 대부분은 과거와는 달리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환보유액이 풍부해졌다.
물론 중국의 위상은 1990년대와 현저히 달라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부진에 따른 위안화 절하 조치가 시장의 불안감을 더 크게 조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6~7%에 이르는 중국 경제를 두고 위기상황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국내와 해외 증시는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심리가 극단 수준까지 상승한 후 하락 반전한 상태다. 아직 위기감이 투자심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지나치게 주가가 하락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코스피가 지난달 8월 기록한 1,800포인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는 당시에도 'V자형'을 그리며 반등했고 불과 4주 만에 18% 상승했다. 최근의 증시 반등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글로벌 경제가 공급과잉·수요부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탓에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계속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반등세가 계속될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면 원자재 가격 반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화학·철강·정유 등 소재주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화장품 관련주 등 중국 소비주 역시 중국의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전후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