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를 넘는 고속 성장.’
희망사항이 아니다. 미래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 불리는 우리 문화 분야의 최근 성장속도다. 지난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5년 문화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03년~2005년 3년간 우리 문화산업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0.5%였다. 가장 최근인 2005년만 해도 문화산업 규모는 53조9,481억원으로 전년(50조601억원)에 비해 7.8% 성장했다. 성장속도로 따지면 200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
문화강국 대열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 같아 마음이 들뜨지만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자료의 이면을 들춰보면 갑자기 불안해진다. 문화산업이 이처럼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성장한 것은 게임 분야의 성장 덕택이다. 2005년 게임 매출액은 8조6,798억원으로 출판 분야(19조3,92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산업. 특히 게임 분야 매출액은 2004년 4조3,156억원 수준이던 것이 100% 이상 늘었다. 일년 만에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 쾌속 성장이다. 성장률만을 따지면 2위와 3위인 디지털 교육(12.9%), 방송(11.1%)과는 비교가 안 된다.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다.
하지만 2005년 게임산업의 대폭적인 성장세가 아케이드 게임 활황에 힘입은 바 크다는 대목에서 그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지난해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파문을 떠올리면 과연 2005년도 문화산업 고속 성장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진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2006년 게임산업 매출 규모를 두고봐야겠지만 관련 분석가들은 평가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문화 분야는 수치상의 외형성장만으로 저울질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공연 몇 편 더 올리고 아케이드 게임 매출 규모가 급증했다고 해서 문화수준이 단번에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와 통계상 성장에만 관심을 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허실 없는 질적 성장을 일굴 수 있는 문화산업 현장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