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국 막자" 勞·政동참 촉구
경제 5단체장 긴급회동
경제 5단체 회장과 부회장이 한 자리에 모여 시국선언을 한 것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예전에 없던 일이다. 그만큼 기업들을 둘러 싼 경제여건이 어려워 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된 회의도 1시간 40분동안 지속돼 현 경제상황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폭넓게 담아내기 위해 참석자들이 심사숙고했음을 보여줬다.
◇경제계 왜 모였나
이날 모임은 현재의 경제 상황과 노동계의 '동투'강행으로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 회장이 주관한 이 모임에서 경제계 대표들은 최근의 자금경색과 환율불안,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 반발 등 증폭되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과 인기영합주의에 끌려 다니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총 조남홍 부회장은 회장단 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첨예화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 비해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도 인기에만 영합해 경제회생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현재 금융비용 상승과 유가급등에 따른 비용상승 등 외부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관련법 개정이 아무런 제도적 보완장치 없이 통과된다면 기업 내부적으로도 노동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겹쳐 국가경쟁력 악화는 물론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계 요구사항
경제 단체장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현 시국에 대한 경제계 선언'을 내고 정부, 정치권 및 노동계가 경제회생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우선 정부에는 준법질서 회복과 경제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실천작업에 보다 강력한 의지와 결단력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노동계의 집단 행동등에 대하여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노동계의 파업만능주의를 나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경제계는 정부의 우유부단함이 지속될 경우 국가 통제기능을 위태롭게 하고 개혁과 구조조정을 후퇴시켜 또다시 경제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구조조정과정에서 노사간 이면합의와 같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방치되고 있음은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대표들은 정치권에 소모적 정쟁을 삼가고 개혁과 경제회복 노력에 진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제계는 정치가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국민적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며 단기적인 안목으로 인기영합주의에 기우는 정치행태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현안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등 노동관계법 개정에 있어서 정치권이 경제회생을 위한 대의보다는 당파적, 개인적 인기에 영합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경제계는 정치권에 기업 경쟁력 제고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어떤 법개정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경제 5단체장들은 또 노동계에 대해서 총파업 등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 행태에서 벗어나 노동계도 경제의 한 축이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경제회복을 위한 개혁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경제계는 노동계가 물리적인 위협을 통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각종 개혁의 실패로 그 최종적인 피해는 전체 근로자,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경제계 대표들은 기업들도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인내와 자성으로 경제회생에 주력할 것을 약속했다. 경제 5단체장들은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 및 수출 증대, 도덕과 기업윤리에 바탕을 둔 투명 경영 실천, 기업성장을 통한 지속적인 고용창출에 매진할 것을 결의했다.
◇노동계 반응 및 전망
이날 오후 2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예정된 공동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역 앞에서 1만여명이 참석해 가진 공동 집회에서 양 노총은 일방적 기업ㆍ금융 구조조정 철회, 근로조건 저하없는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 철폐, 단체협약의 법적 보호 등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노동계는 최소한 이러한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노사정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 수십명은 이날 경제 5단체장 오찬모임이 열린 롯데호텔 앞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동계는 "오늘의 경제난의 주범은 천민재벌 경영을 일삼은 재벌과 정치권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라며 "고통분담을 국민에 요구하기 전에 재벌과 부유층부터 반성과 고통분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시각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총의 한 관계자는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노동계가 극단적인 파업을 강행해 파국으로 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강동호기자
입력시간 2000/12/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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