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선수들이 볼을 옮겨놓고 치네.”
5일 열린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관람객 사이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수들이 페어웨이에 놓인 볼을 손으로 집어올린 뒤 자리를 옮겨놓고 샷을 하는 모습이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라는 로컬 룰 때문이다. 로컬 룰은 코스의 특수 조건 때문에 그 코스에서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을 말한다. 프리퍼드 라이는 폭우 등 악천후의 영향으로 볼에 진흙이 묻었을 경우 들어올려 닦고 한 클럽 길이 이내에 리플레이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 경기위원회는 지난 2일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코스 컨디션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 대회 기간 이 규칙을 적용했다.
여기에는 중대한 요건이 있다. 볼이 ‘그 홀’, ‘페어웨이에 놓였을 때’만 적용하도록 국한하는 것이다. 잘 친 샷에 불이익이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위원회는 ‘페어웨이와 페어웨이 높이로 잔디를 깎은 지역’으로 한정했다.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려고 마련된 특별 룰에 오히려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윤채영은 지난 3일 1라운드에서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러프가 만나는 구역에 떨어진 볼을 무심코 집어들었고 곁에 있던 경기위원의 판정으로 1벌타를 받았다. 몇 년 전 박세리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그린 주변 러프에서 볼을 옮겨 벌타를 받았다.
이 규칙과 관련,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는 과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옆 홀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들고 닦았다가 ‘그 홀’이 아니었기 때문에 벌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박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