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27)은 아예 그라운드에 발을 내디디지도 않았다.
왜 그를 훈련소에서 데려 나왔는지가 미스테리이자 한국 축구사에 남을 일대 해프닝이 됐다. 그리고 아무리 두드려도 아르헨티나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친선 경기에서 사비올라에게 결승 골을 내줘 0_1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슈팅 수에서 9-7의 우세를 보이고도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에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로써 지난 3월 대표팀에 부임한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은 총 5경기에서 1승 1무 3패의 저조한 성적(1득점 4실점)을 거뒀다.
지난 10일 신병 훈련 도중 대표팀에 합류한 안정환은 몸조차 풀지 않은 채 벤치만 지키다 경기 직후 다시 훈련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한축구협회와 국방부가 합작한 `안정환 전격 출전`은 결국 한바탕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한국은 FIFA 랭킹 5위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중반까지 모처럼 공ㆍ수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며 비교적 상큼한 출발을 보였다.
전반 8분 이을용과 13분 송종국이 연달아 중거리 슛을 날리며 상대 문전을 위협한 뒤 28분에는 김남일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이천수가 상대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헛발질에 그쳤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전반 동안 기록한 단 한 번의 슛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전반 43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사네티가 땅볼로 센터링을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사비올라가 김태영을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쉼 없이 상대 골문을 노렸으나 종료 직전 유상철의 헤딩 슛이 빗나가는 것을 끝으로 아쉬운 경기를 마감했다.
<김병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