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 붙는 미술 경매시장] <하>경매사 난립 부작용 및 대책은

미술시장 투기장화로 일시에 거품붕괴 우려<br>경매사·화랑이 '건전화 기준' 마련을<br>특정작가 작품 띄우기등 스스로 자제해야


화랑과 경매가 각자의 영역을 지켜가면서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시장과 달리 국내는 경매 시장이 수직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화랑들은 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한해 무려 8개의 경매 회사가 새로 생겨나 총 10여개사가 난립함으로써 시장이 비정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작가의 작품가만 지나치게 오르는가 하면, 일부 화랑들은 작가 키우기라는 고유의 기능은 뒤로 한 채 경매를 통한 돈벌이에 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특정 작가 가격 띄우기 등 어지러운 시장질서= 지난해 1,000억여원에 머물렀던 미술시장이 올해는 3,000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을 이끈 주역은 경매회사다. 2005년 500억원에 머물러 있었던 경매 낙찰액이 2년 만에 10배 이상 커져 올해 1,5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물 장식, 즉 공공미술 시장이 약 1,000억원을 차지하니 결국 올해 화랑계 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미술시장의 파이는 커졌지만 경매시장만 비대해져 시장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감독은 “해외는 화랑이 미술시장의 중심이고 경매가 주변이지만 우리는 작가들까지 경매회사를 차리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우선 드러난 문제는 가나아트갤러리(서울옥션), 갤러리 현대(K옥션) 등 국내 대표 화랑들이 경매회사의 최대 주주라는 점. 즉 관련 화랑 전속작가의 작품을 경매에 출품, 가격을 띄운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일부 젊은 작가 작품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부작용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국내 대표 경매사의 최대 주주인 K화랑의 40대 전속 작가 S씨의 작품은 2년 만에 평균 5배가 올랐다. 심지어 물감이 마르지도 않은 신작이 K화랑을 통해 경매에 출품되기도 했다. H 화랑의 전속작가 O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들은 모두 경매를 통해 도약하는 이른바 ‘중견작가 5인방’에 들 정도로 작품가격이 2년 새에 급격히 올라 이른바 ‘작전세력’에 의한 거품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랑이 딜러로 전락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화랑가에서 출품된 작품은 약 1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20%를 넘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등장한 D옥션은 피카소ㆍ르느와르 등 해외 미술품을 주요 품목으로 설정하고 지난 4일 첫 경매를 했다. 그러나 해외 경매에서 낙찰받은 작품에 다시 수수료를 붙여 출품, 소장자 위탁이라는 경매회사 운영의 기본틀로부터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시장질서유지위해 화랑ㆍ경매 영역지켜야=경매 중심의 시장 성장은 미술 애호가들인 컬렉터층은 두텁지 못한 반면 투자 목적인 컬렉터들은 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실제 고 수익을 올린 성공 사례 등이 세간에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시중 자금이 속속 미술계로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설립한 온라인 경매회사 메가아트는 그 한가지 사례다. 이처럼 미술시장이 과열양상까지 보이지만, 리스크도 커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단기간에 급등한 미술 시장이 폭락하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소장자에게 돌아간다. 작품의 기준가격이 없고, 거래 규모도 적어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기 역부족이라는 것. 최병식 경희대학교 교수는 “투기세력이 시장을 키워나간다면 시장이 급등한 것보다 더 빨리 폭락할 수 있다”며 “증권시장의 ‘서킷브레이크(증권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기능)’같은 통제 수단이 없는 미술시장은 시장을 이끌어가는 화랑과 경매가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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