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줄이자” 민관출정식/「경쟁력 10% 제고」 범국가운동 확산/프로젝트 수출에 금융지원 확대를김영삼 대통령이 4일 무역업계 대표와 유관기관관계자 2백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무역업계관계자만을 초청한 간담회로서는 문민정부출범이후 가장 큰규모의 경제행사이다.
과거 3공시절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떠올리게 하는 이같은 대규모 간담회가 열린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한편 당면 경제현안인 수출확대와 무역적자축소를 위한 민관 출정식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수지적자 방어목표선이 일치감치 무너진데다 연말 물가 억제선도 이미 9월중에 넘어섰고 경기 저점마저 계속 연장되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김대통령은 지난 9월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경제중심의 국정운영」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김대통령은 지난 23일 「경쟁력 10%높이기 운동」을 제창했다.
이같은 운동제창은 정부의 경제운영이 전면적으로 실패한데 따른 여론악화 국면을 「범국가적 운동국면」으로 전환,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볼수 있다.
최근 북한의 무장공비침투와 잇단 보복협박으로 인해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안보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나 경제문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 이르는 정치일정을 감안할때 김대통령으로서는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늦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경제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 놓아야 한다는 강박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경쟁력의 가장 원초적 잣대는 수출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최근 수출 동향을 보면 지극히 우려되는 바가 많다. 9월까지 무역적자폭이 1백50억달러에 육박하는가 하면 반도체 이외의 품목들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김대통령은 일단 수출전선의 전사격인 무역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경쟁력 10%제고를 위한 정부와 대통령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고 업계에 대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줄것을 이날 당부한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대통령이 「경쟁력제고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할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한 만큼 오는 9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무엇인가 나올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간담회 대화록 요지◁
▲김대통령=무역인들은 대단한 애국자다. 더 힘을 내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할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기업인, 근로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북한은 완전히 희망이 없다. 엉뚱하고 비정상적이다. 우리는 지금 한미연합의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서 전쟁재발상태가 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환상적인 통일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안보문제에 대해 정부는 물론 경제계 일반국민 근로자 정치인 모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10%이상 경쟁력을 높이는데 모든 기업이 합심해 달라. 외국에 나가 같은 종류의 회사들이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같이 살고, 같이 일어서고, 같이 나라를 구한다는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김태구 대우자동차회장에게)자동차산업에서 불량률을 줄이고 품질을 개선하기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김회장=저희회사는 지난 6년간 연간 20∼30%씩 품질향상을 해왔습니다. 불량률도 20∼30%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수출이 어렵지만 자동차업계는 올해도 수출증가가 예상됩니다.
▲김대통령=(박성철 신원그룹회장에게)의류업계의 전반적 수출부진에 불구하고 신원이 견실한 성장을 할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
▲박회장=3∼4년전부터 공장 해외이전을 추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고가품만 생산하고 80%이상은 해외에서 생산합니다. 지난해부터 30% 이상의 성장을 하고있습니다.
▲김대통령=(권동칠 성호실업사장에게)신발업체로 불황을 극복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권사장=저희는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지 않는 특수화를 전문생산합니다. 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라 생산합니다. 올해 1백% 신장이 예상되며 이미 3∼5년동안 일감을 확보했습니다.
▲김대통령=아이디어로 변화를 주는것이 중요합니다.
(신세길 삼성물산사장에게)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해 정부와 무역업계가 할 시급한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신사장=종합상사들은 금융이 결합된 대규모 프로젝트수출을 늘려야 합니다. 동유럽이나 아시아 중남미 등의 항만 통신 등 기간산업에 대한 프로젝트 수출은 금융지원이 성공의 핵심입니다.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늘리고 사회간접자본건설외에 일반사업에도 지원을 확대해야합니 다.<우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