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통화를 뜻하는 ‘좁은 의미의 통화(M1)’ 증가율이 2년8개월 만에 사상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는 시중 유동성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가 상승 등으로 시중자금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05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M1 증가율은 7월의 12.8%보다 높은 14% 중반으로 2002년 12월(15.2%)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총유동성 증가율(6% 중반)의 두 배 이상 되는 수준이다.
M1은 현금과 은행 및 비은행권의 요구불예금ㆍ수시입출식예금(투신사 MMF 포함) 등 1년 이내의 결제성 자금으로 M1 증가율이 높으면 그만큼 시중에 단기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김인섭 한은 금융시장국 통화금융팀 차장은 “M3 증가율보다 M1 증가율이 크다는 것은 시중에 당장 쓸 수 있는 대기자금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라며 “과거에는 M1에 수요증가를 이끄는 선행적인 성격이 많았는데 지금은 같이 움직여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시중자금이 설비투자 등 생산 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갈수록 단기화되면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M1이 3년여 만에 사상 최대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6개월 미만 단기수신 비중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수신 규모는 439조2,000억원으로 전체 수신 평균 잔액의 52.6%를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은행 정기예금은 2조3,000억원 증가해 3개월 만에 증가세를 돌아섰고 주식형 펀드는 1조3,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7월 10조원 이상 급증했던 자산운용사의 MMF는 1조1,000억원 줄었고 채권형에서도 1조원이 빠져나갔다.
금융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으로 7월(2조4,000억원)보다 더 늘어났다.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다시 커진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투기지역 내 대출제한조치 시행 전에 이미 승인된 주택담보대출이 집행된데다 규제 시행 전에 서둘러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늘면서 8월 중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도 4조4,708억원 증가, 2년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