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을 주도하라.”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6일 사장단협의회를 열어 참석자 전원에게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불황기 경영전략 책자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삼성연의 미발표 보고서인 ‘불황기의 공격경영’도 포함됐다. 글로벌 불황이라는 안갯속에 삼성 사장단에 비춰진 일종의 ‘등대’인 셈이다. 보고서에서는 9대 공격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치킨게임으로 경쟁사를 압박하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강력한 재무ㆍ원가경쟁력에 기반을 둔 가격전쟁을 통해 경쟁사를 쓰러뜨리고 안정적인 시장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장기간 출혈경쟁을 견디면서 가격결정권을 행사, 경쟁사의 손익구조에 치명타를 입혀야 성공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특히 반도체사업부는 경영상의 악조건 속에서도 메모리반도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연에 따르면 “지금 (반도체) 스스로 포기한 이익이 미래 고수익 달성을 위한 일종의 투자 항목”이 되는 것이다. 또 새로운 게임의 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연은 보고서에서 “기존 경쟁사를 벤치마킹해 개선활동만 거듭한다면 압도적 시장장악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경쟁구도를 일거에 재편하고 신규시장을 창출하려면 기존 주력시장이 요구하는 기능과는 전혀 차별화된 기능을 통한 혁신으로 게임의 룰을 선점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주도한 디지털TV로의 전환이 일본의 소니를 꺾은 비결이었던 점을 연상시킨다. 최근 삼성전자는 불황 속에서도 신개념 디지털TV인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대대적으로 선보이면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삼성연은 이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라고 적시했다. 소비재 사업을 매각하고 중공업 계열을 인수해 체질을 개선한 두산그룹을 거론하면서 “불황으로 본질가치보다 시장가치가 낮게 평가된 기업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삼성연은 ▦고부가가치 연계사업 발굴 ▦신기술 확보로 미래사업 준비 ▦규모와 범위의 경제 달성 ▦불황을 역이용한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불황 속 공격경영을 위한 전략으로 꼽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연이 최근 비상연구체제로 전환하고 불황기 기업의 유의점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날 사장단 전원에게 돌린 책자에는 CEO들이 참고할 만한 경제ㆍ경영 현황 및 전략이 포함돼 일종의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