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주요 언론의 보도를 보면 미국의 중국견제와 관련된 기사가 자주 눈에 띤다. ‘미국이 중국을 경제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강력한 경쟁상대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중국 언론들은 특히 미 의회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유노칼 인수를 저지한 데 이어 미 정부까지 나서 중국기업의 자국 내 주식시장 상장에 대해 딴죽을 걸자 강한 톤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사이노포비아(Sinophobiaㆍ중국 공포증)’의 발현이자,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유노칼 인수가 무산된 것은 미국 정치권력이 시장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고 이런 미국이 중국 정부에 대해 간섭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의 행간에는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제는 밖으로 나갈 때가 됐다(走出去)’며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해온 중국의 이상(理想)이 잇단 해외기업 인수로 실현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세계의 중심’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첫째는 ‘블랙홀 중국’에 대한 경계다. 중국은 이미 세계 투자자금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다.
세계적인 기업들에 대한 잇단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 ‘초일류 중국화’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중국이 5~10년 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동안의 성장을 무기로 세계 주요 기업과 기술을 흡입해 경쟁력이 배가돼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한다. 미국이 ‘사이노포비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발판으로 한국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러했듯 앞으로도 중국성장 추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반된 두 가지 접근방법을 접하면서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대외경제연구소 비지야오(畢吉耀) 부소장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서울경제신문 창간 45주년 기념인터뷰에서 “중국은 최소한 오는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고 한국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기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비 부소장의 말에서 ‘중국 공포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