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12월 4일] 진정한 장수 福 누리려면

바야흐로 장수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가 될 정도로 노인이 차지하는 인구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절대적인 수보다 한 사회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것은 정책적으로 몇 세를 노인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노인의 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요점은 연령보다는 생체나이가 얼마나 젊은가 하는 것이 늘어나는 수명의 후반기에 있어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인자이며, 건강을 지키지 못한 결과 노년에 밥 먹는 것, 대소변까지 남의 수발 없이는 곤란한 처지에 오래 살아야 한다면 장수 자체가 재앙일 수 있다. 과거 평균수명이 60세 정도 됐을 때는 50세 정도 되면 며느리가 들어와서 살림은 해줄 것이고, 안방에서 예우 받으면서 육체적인 활동이나 사회생활은 줄어들며, 60세 되면 회갑잔치하고 그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무릎관절 아프고 허리가 구부러져도 평균수명까지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그러려니 하였고, 백내장ㆍ노안 생기면 이제 귀찮은 것 보지 말라는 나이인가 보다 여기고 수술도 꺼려하였으며, 비만은 병도 아니어서 오히려 젊어서부터 마른 것은 빈티가 난 것이고 그저 배 둘레가 넉넉해야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며 선호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평균수명이 거의 과거의 50% 늘어난 지금은 어떤가. 60년 쓰고 버려야 했던 기계(?)로 30년을 덤으로 더 살게 되면서 젊을 때 하던대로 생활하거나 오히려 젊었을 때 시간과 돈이 없어 하지 못하던 일까지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돼 낡은 관절, 치아는 인공으로 된 새 것으로 바꾸고 척추와 심장은 스텐트와 H빔으로 최대한 활동력을 유지해 젊게 살기 때문에 이제는 치매만 안 걸리면 100세까지 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주변에 회갑연하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들다. 이러한 노환을 관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한편으로 아예 병원이나 요양기관에 수용돼 수발이 필요한 치매 등 거의 식물인간처럼 돼버린 환자 때문에 지불되는 사회비용도 급증하는 추세이며 본인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도 생명의 연장을 계속할 것인가를 두고 가족 간에 분쟁이 일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노년의 성생활과 같은 문제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쉬쉬하며 한편으로 제쳐두는가 하면 맘대로 죽기도 어렵다고 하는 장수시대에 자살하는 노인이 증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장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우선 건강해야 하고 경제력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노년에 접어들면서 준비할 성질의 일은 결코 아니며 젊을 때부터 미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노년을 준비해야 하기에 재무설계ㆍ건강설계가 절실하게 됐다. 건강을 관리하고 설계한다. 질병이 없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질병은 없지만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서 건강한 쪽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 고혈압ㆍ당뇨ㆍ동맥경화ㆍ비만 등은 이제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생기는 성인병이라기 보다는 평소에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서 만든 병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비만은 그냥 미용상 약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질병임을 알아야 한다. 그 때문에 운동처방도 이제 의학의 테두리 내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를 상식으로만 막연히 알고 관리하던 시대는 지났다. 전문적인 조언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약은 싫어하면서도 건강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조금씩 가지고 있어서 많은 건강보조제를 맹신하며 과다하게 복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이다. 물도 잘못해 많이 먹으면 죽을 수 있다. 60년 정도 쓰고 난 인체에는 고갈되고 닳아지는 부분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마련이고 대부분은 젊을 때로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라 현대의학으로 만들어진 약이나 보조제의 도움이 필요한데 확정된 정설이 아직 없을 뿐 아니라 오늘은 좋다고 권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판매금지를 하기도 하니 이를 접하는 일반인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많은 양의 정보에서 보듯 획일화된 상식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가 전문지식을 갖기 위해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자신보다 나은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늦어도 40세가 되면 일정 항목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정말 무서운 병은 소리 없이 진행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의사가 건강하다고 진단해주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재무ㆍ자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무상태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년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오래 쓸 수 있도록 미리미리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해야만 오래도록 건강하여 장수가 복이 될 수 있다. 이제 건강관리도 전문적이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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