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장 불안 기업 구조조정 다시 수면위] 금융당국 "현대그룹 자구계획안 조속 이행 … 구체적 성과 내놔야"

"더 높은 가격 받으려다 헐값에 팔린 사례 많아"

과감한 자산 매각 압박


지난해 약 3조원의 자구계획안을 내놓은 현대그룹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성과를 내보이라며 채근하고 나섰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는 만큼 가격이 다소 낮더라도 과감하게 팔 수 있는 것은 팔라는 것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을 불러 자구계획안을 조속히 이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조 부원장은 "현대그룹 계열사가 자본잠식에 빠져 있고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업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면서 "당장 현대그룹이나 현대상선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신규 투자를 받을 부분이 있다면 시장의 기대에 맞게 가시화하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말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모두 매각하고 보유 항만터미널사업과 벌크전용선사업 부문을 구조조정해 3조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그룹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4,200억원과 기업어음(CP) 4,000억원을 막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992.6%로 치솟은 현대상선 부채비율을 비롯해 계열사 대부분의 경영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현대그룹을 올해 주채무계열에 포함시켜 관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주채무계열 기준 강화 방침을 발표했으며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을 비롯해 13곳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면 주채권자인 은행이 대기업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특별관리를 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0년 주채무계열에 선정됐으나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요구하자 거부한 뒤 주채무계열에서 이탈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당장 위기가 올 정도로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과거 대기업 오너가 계열사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미루다가 결국 헐값에 넘어간 사례가 있는 만큼 현대그룹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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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2대 주주인 쉰들러 측과의 갈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쉰들러 측은 올해 2월 예정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중 하나가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매각자산의 가격을 다소 높게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은 특히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증권의 지분 매각에 속도를 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통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은 우선 보유 중인 신한금융지주 주식 208만주를 상반기에 매각해 930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보유 중인 KB금융지주 주식 113만주를 465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또 12월 중순에는 컨테이너 박스 1만8,097대를 미국과 홍콩에 있는 리스사에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563억원을 조달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신청을 받은 희망퇴직자 중 26명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그룹도 최근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자문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 3개사만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겨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자구안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회사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실제적으로 유동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자산에 대해서도 개별 매각을 시도한 뒤 안 되면 SPC에 넣어 매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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