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경미한 형사사건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즉결심판과 약식재판이 폐지되고 새로운 형태의 경죄(輕罪) 재판절차가 생겨날 전망이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제2분과 전문위원회는 최근 경죄 처리절차 신설을 골자로 한 `형사사건 처리절차의 다양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사개위에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개위는 오는 18일 분과위 회의에서 경죄재판 신설 또는 현행제도 개선 등 두가지 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 뒤 전체회의에 회부, 최종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
10명의 전문위원 중 8명은 검찰이 벌금형 이하 범죄에 대해 서면재판을 청구할수 있도록 한 현행 약식재판 제도를 흡수, 더욱 확대된 형태의 경죄 처리절차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경우 검사가 아닌 경찰서장이 소추할 수 있도록 한 즉결심판 제도는 소추권 이원화에 따른 형평성 논란, 신병확보 및 출석 강제수단 부재로 인한 법집행력 약화 등 비판을 감안, 전문위원 전원이 폐지 의견을 냈다.
전문위원 8명이 찬성한 다수안에 따르면 경죄 담당 재판부는 매일 법정을 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공소제기가 있으면 당일이나 다음날 심리를 마치고 피고인이 출석한 당일에 판결을 선고, 벌금형 집행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경죄 재판은 서면재판과 출석재판으로 나눠지는데 서면재판은 피의자의 동의가있을 경우에 가능하고 벌금형까지만 선고할 수 있는 반면 출석재판의 경우 징역 1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이 경우 검사의 판단에 따라 정식재판이냐, 약식기소냐가 좌우되는 현행과 달리 피의자가 사전에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재판을 선택할 수 있고 심리기간도 크게 단축된다는 게 장점이다.
전문위는 또 벌금형 이하인 약식명령과 달리 경죄재판 대상사건을 대폭 확대,죄명.법정형.예상선고형.구속여부 등 기준을 고려, 예상 선고형은 징역 1년 이하로하고 선고시 실형 선고도 가능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다수의견을 모았다.
전문위는 경죄재판 대상사건을 이처럼 확대할 경우 작년 기준으로 전체 1심 형사사건(21만4천413건)의 73.2%(15만6천898건)를 경죄재판으로 처리할 수 있어 형사재판부 업무 경감은 물론 중죄사건의 심리 철저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문위원중 검찰측 위원 2명은 즉결심판 폐지에 찬성하면서도 경죄재판 신설에는 반대했고 약식재판 대상사건 확대를 골자로 한 현행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