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체적 부실 드러낸 대구역 열차 사고

지난주 말 대구역에서 발생한 KTX열차와 무궁화호의 3중 추돌사고로 교통행정의 총체적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원인부터 의문투성이다. 무궁화호 기관사가 KTX에 양보하기 위한 정차신호를 무시한 채 출발해 달리는 KTX를 측면에서 들이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로가 복잡하게 얽힌 기차역 내에서 출발과 정지신호 위반은 사고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무시했다는 말인가.


물론 무궁화호 1대와 KTX 2대가 추돌사고와 마주 달리다 스치는 사고로 얽혔음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4명으로 파악된 부상자들도 빨리 낫기를 바란다. 주목해야 할 점은 큰 사고에도 인명피해가 이 정도에 그치는 데 교통당국이 기여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승객들에 따르면 사고발생 직후 어떤 안내방송도 없었다고 한다. 사고 개요는 물론 대처방안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는 승객들이 비상망치로 유리창을 부수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만에 하나 다른 열차가 그들을 덮쳤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코레일과 교통당국은 국민을 위험에 방치하는 일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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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대응은 현장처리보다도 더 한심하다. 사고가 아침에 발생했음에도 오후 들어서야 경부철도축의 1개 철로만 간신히 개통돼 철도망은 물론 고속버스와 항공편까지 전국의 교통망이 혼란을 겪었다. 도대체 위기관리나 비상대응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안보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처지에 철도사고 하나로 온종일 국가교통망에 이상이 발생했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안보를 위해서라도 사고의 재점검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마땅하다. 사고발생 이후 승객수요 분산처리와 수용 등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부처 간 협력으로도 큰 돈 들이지 않고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고는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는 사회나 국가는 발전은커녕 생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이젠 떨쳐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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