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주민번호 수집 금지 시행 한달 지났는데… 여전히 번호 요구하는 포털·게임사

정부, 내달부터 제재 강화… 최고 3000만원 과태료


대학원생 김경미(26)씨는 이달 초 잊어버린 한 포털의 아이디를 찾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다. 법이 바뀌어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이트 이용을 포기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사항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김 씨는 "아직도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해 놀랐다"며 "업체에서는 별도 저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인터넷 상에서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일부 사이트에서주민번호 수집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번호 수집 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 지 1개월이 넘었지만 상당수 포털 등에서는 사용자 편의,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NHN이 운영하는 포털 네이버와 게임사이트 한게임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는 절차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회원가입 때는 물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도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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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마다 적용 시점에 차등을 둔 상황"이라며 "네이버 화면에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력하는 순간 암호로 신용평가기관으로 전달돼 회사 측에서 수집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민번호 수집 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이달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하루 평균 방문자수 10만명 이상 사이트를 우선 점검하고 있다"며 "이르면 4월초 조사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법을 위반한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최고 3,0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정명령을 지키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 할 예정"이라며 "10만명 이상 사이트에 대한 점검이 끝나는 즉시 10만명 이하 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부의 제재방침에 포털 등은 인터넷상 본인 확인 방법에 한계가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본인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를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데다 사용자 혼란만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의 경우 청소년들이 부모나 타인 명의로 인증 받을 수 있다"며 "부모 명의로 된 휴대폰으로 성인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본인 확인을 받는 경우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알뜰폰(MVNOㆍ이동통신재판매)을 이용할 경우 휴대폰을 본인인증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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