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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早進入 早适應 先引領'(먼저 진입해 먼저 적응하고 앞서 인도한다)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시대 광둥성의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샤오단 광둥성 성장은 이같이 답했다.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새로운 신호탄을 쐈던 광둥성을 2015년 중국 경제의 새로운 나침반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광둥성이 시진핑 정부 3년차 성장의 화두인 신창타이의 성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9일 신화통신은 광둥성이 고속에서 중속으로 성장의 속도를 변속해 중진국 함정을 넘어섰다며 중국 경제 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샤오단 성장은 "2010년 이미 광둥성은 신창타이에 진입해 성장전략에 많은 변화를 줬다"며 "핵심은 안정적 성장과 구조조정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맞먹는 경제규모= 광둥성은 단순히 중국내 31개 성(省) 중 하나로 인식되지 않는다. 중국을 주요2개국(G2)의 반열에 올린 개혁개방의 출발점이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따지지 말고 인민을 잘살게 하라"는 덩샤오핑의 지시에 따라 광둥성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해 말 기준 광둥성의 국내총생산(GDP)은 6조7,800억위안, 달러로 환산하면 1조808억달러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GDP 1조4,494억 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전체 규모 못지 않게 광둥성의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2014년 광둥성의 1인당 GDP는 6만3,452위안, 달러로는 1만330달러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1차 관문인 '1만 달러' 벽을 넘어섰다. 물론 중국내에서 1만 달러를 돌파 성·시가 광둥성이 처음은 아니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장쑤성, 저장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이 1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중국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광둥성이 1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기준 광둥성의 인구는 1억579만명을 넘는다.
중국 21세기경제보는 "2013년 기준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1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65곳으로 광둥성이 세계 65위에 진입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성장과 개혁의 균형점 찾기=신창타이에서 광둥성이 주목 받는 이유는 중속성장 시대 중국 경제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주샤오단 성장은 "광둥은 중국 경제의 외형적 성장에 기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경제전략 조정의 기초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둥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체질개선에 돌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비·투자·수출의 삼두마차가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주도의 중대형 프로젝트가 투자를 이끄는 가운데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수요를 창출했다.
작년 광둥성은 최저임금을 20% 인상하며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56%까지 끌어올렸다. 대신 대외무역에 대한 의존도는 계속 낮추고 있다. 이제는 수출이 아니라 튼튼한 내수시장이 광둥 경제의 기반이 됐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의 난제인 산업구조조정에도 성과를 보였다. 광둥 경제의 산업별 구조는 1차산업 4.9%, 2차산업 47.3%, 3차산업 47.8%로 이미 서비스산업 비중이 제조업을 추월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가공 산업 위주였던 광둥성의 경제 구조는 과거의 유산이다. 공장에서 시장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수출위주에서 내수로 성장의 기반의 변화를 광둥성은 이미 만들어냈다.
광둥성은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제시했다. 작년 성장률 7.8%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지만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제시한 올해 중국 전체 성장률(7% 안팎) 목표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주샤오단 성장은 "안정적 성장 속에 구조조정과 개혁을 위한 여유를 남겨두기 위해 목표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광둥, 중국경제의 미래보고서 될까= 개혁개방 초기에 그랬듯이 신창타이 시대에도 광둥성의 성장 전략은 중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정책의 실험무대를 꼭 만드는 중국의 특성상 신창타이 시대 각종 개혁 정책이 광둥성에서 먼저 시행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샤오단 성장은 "올해 광둥성 경제의 핵심은 창조경제와 전통 제조업의 융합"이라며 "연구개발(R&D), 디자인, 마케팅 등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스마일커브가 양쪽으로 더 뻗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전통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신흥산업 등을 육성해 광둥성 경제의 틀을 아예 바꾸겠다는 얘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광둥성이 산업구조조정 기반을 대학과 창업에 뒀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50억 위안을 대학에 지원하고 창업 활성화를 위해 75억 위안을 쓸 계획이다.
전통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주장삼각지대에는 이미 선전기술원과 주변대학들이 연계된 생산연구종합체인 '창객학원(창업 네트워크)'이 문을 열었다. 규제 개혁도 강하게 추진된다. 정부의 권력을 '빼서' 시장활력을 '곱하기'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방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줄여 시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