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기간이 3년을 넘겨 귀화요건을 갖췄더라도 국내에서 생활할 기반이 없다면 귀화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부(조인호 부장판사)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김모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귀화신청을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국내 생활기반이 없어 귀화를 허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법무부장관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후에 선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적법상 귀화 요건을 충족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귀화 허가는 외국인에게 국민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로 허가 여부에 관해 법무장관이 재량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가 체류기간에 확고한 생활기반을 형성했다고 볼 근거가 없으며 김씨처럼 편법으로 귀화신청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면 법무부가 규제할 공익상 필요도 있는 만큼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입국해 방문취업(H-2) 체류자격으로 머물던 김씨는 "일하다 다쳐 요양이 필요하다"면서 자격기간 만료 시점에 맞춰 질병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부여되는 기타(G-1)로 자격을 바꿔 받아 귀화 요건인 총 3년의 거주기간을 넘겼다. ‘기타(G-1) 체류자격‘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외국인이 입국 후 소송, 질병 등과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임시적으로 체류할 필요성이 인정될 때 인도적 차원에서 부여되는 체류자격으로,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김씨는 법무부가 ‘임시체류자격으로 거주한 기간을 빼면 귀화요건 3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대한민국에 3년이상 계속해 주소가 있는자’란 국적법상 간이귀화요건은 체류자격에 구애 받지 않는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무부장관은 귀허허가 여부에 관한 재량권을 갖는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