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하이 푸동(浦東)지구로 들어가는 외곽 4차선 도로.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가 한창이다. 총 왕복 340km에 달하는 거리를 덮는 아스팔트는 SK㈜의 제품이다. 도로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뤄쥔셴(羅俊賢ㆍ43)씨는 SK㈜의 아스팔트 성능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중국의 기후조건까지도 고려한 것에 만족한다”며 “특히 외국기업인데도 주문부터 공급까지 물 흐르듯 흐르는 물류시스템이 놀랍다”고 말했다. 절강성(浙江省) 항조우(杭州) 인근 금화(金華). 지난 1월 착공해 현재 시험가동중인 SK㈜ 아스팔트 공장이 시험가동 중이다. 연간 20만톤의 고급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SK ㈜의 중국 현지화 전략의 상징이다. SK㈜는 중국사업을 해외사업으로 보지 않는다. 2010년 중국 땅에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SK㈜ 글로벌전략은 아시아 ㆍ태평양 오일메이저. 울산에서 시작하는 SK㈜의 오일로드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쳐 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인천정유를 인수하며 중국사업 강화를 위한 중간 거점을 확 보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야말로 제2의 기지”라며 “중국을 디딤돌로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에너지ㆍ화학 메이저로 거듭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SK를 만든다=지난해 10월28일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의 한 사무실. 최태원 회장, 신헌철 사장ㆍ조순, 남대우 이사 등 10명의 SK㈜ 이사들이 SK㈜의 중국사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날 이사회 이후 SK㈜는 ‘공룡’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사업 강화를 위해 기본에 별도로 운영되던 5개법인과 지사를 지주회사로 묶었다. SK㈜의 중국사업은 비산유국 정유사라는 한계와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 문제를 극복해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메이저 에너지ㆍ화학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SK㈜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만 5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이 가운데 60% 이상을 현지법인을 통해 올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매출 5조원은 올해 SK㈜ 전체 예상 매출액(22의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게다가 중국 매출 중 현지법인 매출 비중을 2003년 2%에서 2010년 60%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SK 중국지주회사는 국내 본사 못지 않은 위상을 갖게 된다. SK㈜는 현재 중국에 7개 현지법인과 3개 지사를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중국 수출총액은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SK㈜의 중국시장 중점 육성분야는 석유, 화학, 윤활유, 아스팔트로 집약된다. 석유사업은 화동·화북지역을 중심으로 도소매망 진출을 추진하고 화학사업 분야는 유통·판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의 석유 및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는 매년 급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SK㈜의 중국 내 매출도 급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독주 한잔에 아스팔트 1,000톤=차이나 SK의 첨병인 아스팔트 사업. 지금은 SK㈜ 중국사업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10년전만 해도 SK㈜이 아스팔트 사업은 ‘보따리 장사’수준이었다. 급성장하는 경제성장률에 비해 열악한 도로 인프라라는 뻔한 이유로 경영진을 설득해 고급 아스팔트 시장에 진출했지만 오일메이저 업체가 이미 자리를 잡은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답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과장으로 아스팔트팀을 이끈 조재송 특수사업부 상무는 “하얀 가운에 실험에 몰두하던 박사급 연구원들도 중국 바이어를 설득하기 위해 독한 중국 술을 몇 잔씩 들이켰다”며 “전 직원이 팀장이고 전 연구원이 영업사원이었던 셈이다”고 말했다. 지금도 특수사업팀의 회삭자리에서는 ‘독주 한잔에 아스팔트 1000톤’이란 구호가 나온다. 세계 유수의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중국 시장에서 SK라는 신규 브랜드를 알리는 길은 맨 몸으로 뛰는 것밖에 없었다. 길도 없는 오지까지 달려갔다.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SK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무리한 주문 기일도 감수해야만 했다. 이렇게 따낸 것이 바로 8년 전 칭따오 1,000톤 첫 수출의 쾌거를 이뤘고 현재는 연간 수출 2억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SK㈜는 중국의 수입 아스팔트 시장(연간 250만톤)의 절반을 담당했다. 조 상무는 “10년만에 성공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국에는 지금까지 만든 고속도로보다 앞으로 만들 길이 몇 배 더 남아있고 도로가 날때마다 아스팔트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