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택시 서비스개선 명분 요금인상 추진, 불신감 팽배

"똑같은 핑계" 시민들 반응 싸늘…법인택시 기사도 79% 인상반대

서울 택시기사들이 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비스헌장 선포식에서 서비스개선을 다짐하고 있다.

택시요금 인상을 앞두고 서울 택시업계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서비스 헌장을 제정하고 손님에게 상냥하게 인사하는 등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 하지만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조차도 ‘글쎄’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과거와 같은 명분으로 요금을 올려 사업자 배만 불리고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시가 추진 중인 요금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법인ㆍ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2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택시서비스 개선을 위한 운수종사자다짐대회’를 개최하고 서비스 만족을 다짐했다. 조합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헌장 제정 ▦스티커 부착과 가두캠페인 ▦상냥하게 승객 응대하기 ▦운전복 고급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택시업계의 이런 변신선언에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요금인상을 염두에 두고 시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마련한 택시요금인상안은 현재 시의회에 제출된 상태. 시는 택시조합의 요구를 검토해 일반택시는 19.52%, 모범택시는 23.80%를 올리는 안을 마련, 지난달 초 의회에 냈다. 인상배경은 업계의 경영여건과 기사의 처우 향상을 통한 서비스 개선. 특히 과거와는 달리 인상분 모두가 임금상승과 복지혜택 등으로 기사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실천될 것으로 믿는 시민과 택시기사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올해는 여론을 의식해 기사를 배려할지 모르지만 내년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이강덕 시 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도 “요금이 오른 후 인상분을 사납금에 반영할지 여부는 오는 11월께 이뤄질 내년도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납금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때문에 상당수 택시기사들도 요금인상을 반기지 않는 상황. 최근 교통문화운동본부가 법인ㆍ개인택시 운전기사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법인택시 기사들의 79%가 요금인상에 반대했다. 요금인상이 기사들의 실질적인 수입증대로 이어지기 힘들고 사납금만 상승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택시를 많이 타는 회사원 정모씨는 “지난 2001년 9월 요금인상 때도 똑같은 이유를 들어 요금을 올렸지만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요금 탓만 하지 말고 승차거부나 난폭운전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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