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독일정치 시스템에서 배우자

남경필·원희룡·박원순·안희정 등 지방정부 연정 모색 잇달아 눈길

안정성·능력 위주 등용문 여는 독일식 정치문화 꽃피우려면

법부터 개혁, 자치권 확대해야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했다. 6·4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에 냉엄한 민심의 회초리를 들었다. 선거 초기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야권지도부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공학적인 행태를 보이면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다. 개표 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경기도를 포함해 8곳을, 새정치연합이 서울을 포함해 9곳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여야 정치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평가한다.

다행히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장정이 지역에서 시작됐다. 경기발 '정치 혁신'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한국 정치역사상 처음으로 지방 차원에서 '대연정'을 제시했다. 이어 제주도의 원희룡 당선인도 대열에 가세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쟁자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났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을 도정에 반영할 것을 언급했다. 여의도 중앙정치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두고 정쟁과 증오로 치닫는 반면에 지방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상생과 대통합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문화를 꽃피우기, 즉 대연정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독일 정치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강하고 안정된 독일의 성공은 정치의 파워에서 비롯됐다. 독일 정치의 특징은 연정 정치라고 볼 수 있다. 1949년 건국 이래 모든 연방정부는 연정을 구성했다. 심지어 1957년 기민당은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도 자민당의 연정을 꾸렸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연정도 3번이나 성사됐다. 현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 역시 보수당인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과의 대연정이다. 지방정부의 연정은 무수하다.

관련기사



독일 대연정은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가. 먼저 정치적 안정성이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계파보다 능력 위주의 인물을 등용한다. 실적을 내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 운영이 가능하다. 결국 국민을 위한 정책이 강조되고 통 큰 정치를 할 수 있다. 대연정을 통한 정치적 안정 속에서 세계 지도자 중 유일하게 독일 총리만이 브라질에서 월드컵 조별 경기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지방에서 대연정은 쉽지 않은 구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을 통해 쟁취한 한국의 지방자치는 '반쪽의 자치'다. 자치 영역, 인사, 예산권이 너무나 협소하고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다. 과거 중앙통치라는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이 이어져온 것이다. 온전한 지방자치, 대연정을 통해 상생과 대통합의 정치를 위해선 개혁 입법이 필수적이다.

독일은 '사회적 연방국가'다. 교육·경찰·방송·문화 영역의 권한은 중앙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권한이다. 한국같이 '도청'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지방정부가 구성돼 행정을 담당한다. 독일 주 정부는 8~10명의 주 장관을 임명한다. 박원순 시장, 남경필 당선인 등 17명의 광역단체장들이 모여 온전한 지방자치를 위해 법률 제정을 여야 지도부에 건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아가 이왕 내친김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문한다. 그 다음이 헌법 개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