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 속에 시작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89회 PGA챔피언십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한때 케이크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었다는 무명의 그래미 스톰(잉글랜드)이 5언더파 단독 선두에 나섰고 지난 91년 대기 선수로 이 대회에 나왔다가 우승했던 ‘괴짜’ 존 댈리(미국)가 2위에 나섰다. US오픈 우승자인 앙헬 카브레라가 무려 11오버파 81타로 속절없이 무너진 가운데 올 시즌 메이저 첫 승과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타이거 우즈는 갑작스러운 후반 부진으로 1오버파 71타 공동 23위로 경기를 마쳤다. 최경주(37ㆍ나이키 골프)도 1오버파 공동 23위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ㆍ7,131야드)에서 개막된 이 대회 1라운드.
예보대로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선수들을 괴롭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단연 스톰이었다.
지난 99년 어머니 캐디를 동반하고 마스터스에 출전, 최우수 아마추어가 됐던 그는 2000년 프로로 전향했으나 주목 받지 못했고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5타차 열세를 딛고 역전승해 데뷔 후 첫 정규 투어 우승을 거둔 선수다. 이번 대회는 프랑스오픈 우승 덕에 나갈 수 있었던 지난 주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69위를 기록하며 특별 출전 권을 따낸 덕분에 참가했다. 이처럼 뒤늦게 운이 트인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 2타차 선두에 나서며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가 정상에 오르면 올 시즌 4대 메이저 대회는 지난 2003년처럼 모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자를 배출하게 된다.
댈리가 2위에 나선 것도 화제다.
91년 이 대회 우승으로 스타가 됐으나 이후 술과 도박, 폭행 등 기행을 일삼아 온 그는 이날 버디4개와 보기1개로 3언더파를 기록, 단독 2위가 됐다. “날이 너무 더워 연습라운드를 하지 않고 카지노에 있었다”는 그가 최종 일까지 선수권을 지킬 지 주목된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우즈는 후반 갑작스러운 난조로 주목 받았다. 10번홀부터 출발한 그는 첫 홀에 이어 13, 15번홀 버디로 단숨에 리더보드 윗자리로 치고 올라섰으나 18번홀 보기 이후 2, 4번홀 보기로 제자리걸음했으며 무려 653야드의 파5 5번홀에서 2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낚았지만 7, 8번홀 연속 보기로 또 뒷걸음질쳐 결국 1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스코어 이상으로 플레이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볼 맞는 느낌이 좋았던 만큼 남은 라운드에서 더 잘 할 것”이라고 선전을 다졌다.
우즈가 메이저 12승을 기록하면서 첫날 오버파를 치고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2005년 마스터스(74타)뿐이기 때문에 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우승’을 꿈꾸는 최경주는 버디1개와 보기2개로 1오버파 73타를 기록했다. 오버파로 출발한 것이 아쉽지만 스코어 기복이 심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까다로운 코스에 적응해 남은 라운드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용은(35ㆍ테일러메이드)은 4오버파 74타로 공동 70위까지 처져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앤서니 김(22ㆍ나이키 골프)은 3오버파 공동 53위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