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대중음악계를 휩쓸고 있다. '아이유'같은 아이돌 가수들이 통기타를 치면서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통기타 든 출연자들이 연일 화제를 모은다. 또 요즘 세대에겐 생소한 60~70년대 문화 아지트였던 '세시봉(C'est si bon)'의 멤버 조영남ㆍ송창식ㆍ윤형주ㆍ김세환 등의 콘서트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뒤 폭발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아날로그 음악'의 인기에 기타 판매도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는 지난해 기타 매출이 전년 대비 284%나 늘어났다. 낙원 상가는 졸업ㆍ입학 시즌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사러 온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에게 기타를 사주러 온 부모들이 크게 늘었다. 2층 기타 전문 판매점에서 일하는 김상희(30)씨는"최근 1~2년새 기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금은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초보자들이 기본적으로 많이 구매하는 앞판 솔리드(원목)기타는 품절됐다"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삼익악기는 재고물량이 동났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기타 배우기 열풍에 음악학원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상담전화가 쏟아질 정도다. 이 같은 트렌드는 90년대 이후 20여 년간 시장을 장악해온 젊은 세대 위주의 음악에 지친 대중들이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극적인 전자음과 화려한 춤 동작에 가려지지 않은 본연의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 대표는 "댄스 음악이 주류가 되니까 질려버리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아날로그적인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세시봉이 인구에 회자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도 "매체가 다양화될수록 콘텐츠의 힘은 더욱 커지고 사회가 디지털화될수록 아날로그의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요즘 세대들의 특성도 기타나 아날로그 음악 열풍에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서울실용음악학원의 진미애 실장은 "입시나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로 기타를 배우는 일반인들의 비중이 전체의 30~40%에 이른다"며 "UCC 동영상 등 자신이 배운 것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기타는 저렴한 가격으로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음악 매체"라며 "'세시봉'으로 대변되는 과거 통기타 문화는 소수, 즉 일부 대학생들만 향유했던 것이지만 오늘날 통기타는 특권 문화가 아닌 대중문화로서 향유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