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만원 노트북이 창립기념품

공기업 평가했더니 '방만경영' 여전<br>일부선 재무구조 개선등 사업 능력도 퇴조<br>감사등 낙하산 인사 계속돼 감시기능 상실


직원들에게 창립기념품으로 200만원짜리 노트북을 제공하는가 하면 특혜 수준의 저리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등 일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실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방만경영을 일삼으면서도 사업 집행과 관리 능력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면서 공기업의 경영개선은 낙제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기획예산처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200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수ㆍ회계사ㆍ연구원 등 민간인 155명으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은 89개(투자기관 14개, 산하기관 7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상태를 조사했다. 경영평가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난 2006년 단체협상에서 창립 25주년 기념품으로 전 직원에게 200만원 상당의 노트북(6억8,000만원어치)을 지급하고 월 5만원의 체력단련비를 신설(총 2억4,000만원)하기로 했다. 공사는 그나마 생일지원제도(5만원씩 연 2회 지급), 창립기념 전 직원 금강산행(총 2억4,000만원)에 대한 노조 측의 요구는 거부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주택자금 대부 이자율을 3%에서 2%로 낮췄다. 이는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와 비교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단은 지적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정원이 초과된 상황에서 비공개로 신규사원을 채용했으며 장기 결근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평가단은 이런 행위가 자체 감사기능에 의해 적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철도공사(코레일)의 노조 전임자는 64명으로 정부 기준인 21명을 3배 이상 초과했다. 방만경영을 일삼으면서도 일부 공기업의 사업 능력은 오히려 퇴조했다. 광업진흥공사는 2004년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05년에 보류했다가 2007년에 다시 시행하기로 원칙적으로 노조와 합의한 것과 관련,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로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전략은 부실했다. 오는 2010년까지 투자규모를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건설투자비의 50%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등의 계획이 치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택공사가 2008년 16만6,000가구, 2009년 15만3,000가구 등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 역시 공사의 능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공공기관 예정지구의 공시지가가 급등한 데는 토지공사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영평가단은 “사업시행자로서 토지공사가 해당 지자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공시지가를 적정선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부실한 사업능력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지만 이를 감시하고 개선할 감사 등 경영진은 지속적인 낙하산 인사로 얼룩져 그 기능을 상실했다. 경영평가단은 해당 공공기관의 감사와 사외이사들이 업무와 무관한 정치권 인물들로 구성돼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일부 공공기관은 이사회 안건이 한번도 수정되지 않은 채 100% 통과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환경관리공단은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입김이 구조적으로 거세 독립성 확보가 어려웠다. 경영평가단의 한 관계자는 “한국농촌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비상임이사와 감사의 경력은 업무와 별 관계가 없다”며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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