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추석을 앞두고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석 특별자금으로 5조원이 넘는 돈을 긴급 수혈한다고 한다. 올해는 내수침체와 고유가 여파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겪는 체감 자금난이 더욱 심해졌다. 따라서 예년보다 자금 지원규모는 크게 늘리고 대출조건은 다소 완화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돈을 빌려 써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실제 대출조건을 따져 보았을 때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준에 충족하는 중소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최근 금융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추세는 될성부른 중소기업에만 대출한다는 원칙이 확고히 자리잡혀 있다.
즉 기업 신용도가 높거나 기술력이 뛰어난 일부 중소기업만을 골라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유망 중소기업에만 대출이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돈을 빌려 쓰고 싶어도 조건이 되지 않아 은행 문 앞에서 돌아서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과를 집계해보면 알겠지만 실제 대출은 금융권이 산정해놓은 전체 대출규모의 70~8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일정 기준 이상의 신용도나 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책정해놓은 자금이 전부 소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 무분별한 대출 관행으로 위기를 자초하곤 했던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추석 긴급자금 지원이라며 있는 생색은 다 내놓고 정작 대출 문턱은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자금지원 역시 대다수 시중은행들의 외면 속에 정부와 관련 있는 일부 특정 금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까지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한 곳은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ㆍ농협ㆍ기업은행과 역시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 그리고 신한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과 대구ㆍ부산ㆍ경남ㆍ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뿐이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중소기업은 나라 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건강해야 신체기관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금융권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형식적인 대출 관행을 접고 진정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대출정책을 시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