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숨가쁘게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월 중순에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안정을 찾는 듯 싶었던 금리가 다시 상승하며 연중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통화당국은 근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콜금리를 인상했고 시장에서는 시기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책금리의 인상은 비단 우리 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중반부터 정책금리를 인상시키기 시작했으며, 그 뒤를 이어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했다. 정책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저금리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국제유가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부동산 등으로 잉여유동성이 집중되며 나타난 부작용을 치유해야 할 필요성도 금리인상의 배경이 되고 있다. 통화정책이 변경되고 정책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중 유통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둘째 국내 채권수급, 특히 수요가 축소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형상품의 투자수익률 하락, 주가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간 자금이동, MMF제도 변경예정 등을 계기로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한때 75조까지 증가하였던 투신 채권형 펀드 잔고가 10월 현재 53조를 기록할 정도이다. 물론 투신 채권형자금 이탈금액만큼 채권시장 전체의 매수세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현재 채권매수여력이 위축된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셋째 외국인의 매매패턴 변화이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자금이동 가능성은 국내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하고 채권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시장의 외국인 매도는 채권현물에서 보다는 국채선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이들 요인의 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하기도 하지만, 좀 더 길게 볼 때 금리는 여전히 상승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월말로 접어듦에 따라 채권시장에는 몇 가지 단기 변수들이 추가될 것이다. 3분기 GDP 속보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국내외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11월 국채발행 규모도 밝혀질 것이다. 11월 초에는 미국 FOMC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된다. 이들 변수들의 내용이 채권시장에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가 단기에 급등해서 채권의 가격메리트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금리가 안정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