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상, 300년전 이미 '시스템경영' 실현

■부의 전략 ■량 샤오민 지음, 김영사 펴냄소유-경영 분리… 필기·면접 통한 공정한 채용…中상술의 뿌리'진상' 흥망성쇠 조망<br>'신용·근면·지혜'로 명나라때 최고 富축적… '아편쟁이' 자손들이 조상의 영광·재산 날려


중국의 첫 현대식 은행(표호^票號)인 리셩창(日升昌)이 있었던 산시성(山西省) 핑야오시(平遙市)의 고성(古城). 명^청시대 유적이 남아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중국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상술(商術)일 것이다. 휘저우(徽州) 6현을 중심으로 활동한 휘상(徽商), 저장성(浙江省)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파상(寧派商), 광저우(廣州)를 무대로 활동했던 월상(越商), 장시성(江西省) 일대의 강우상(江右商) 그리고 산시성(山西省)을 대표했던 상인 진상(晉商) 등 지역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상업연맹은 중국 역사의 독특한 현상으로 불린다. 진상(晉商)은 중국의 10대 상인 연맹(商邦)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6000년전 하동(河東ㆍ황하의 동쪽)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거래하며 형성됐던 진상은 중국 최초 상인으로 기록돼있으며, 중국 10대 상방 중 명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특히 명대에 진상은 중국 최고의 부자들이었다. 산시성 출신의 경제학자 링 샤오민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인 집단인 진상의 흥망성쇠를 조망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상업의 전통을 이어 왔던 진상은 소금으로 시작해 곡물ㆍ비단ㆍ철기 등 1차 산업과 차ㆍ반찬ㆍ일상잡화 등 팔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취급할 정도로 경영 범위가 넓었다. 또 중국 내수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러시아 모스크바, 일본 오사카 등 세계를 누비며 교역을 벌였다. 진상은 300여년 전 이미 현대경영에 뒤지지 않는 탁월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경제제도의 개척자로 불린다. 이들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불리했으며, 1820년대 이미 주식제도를 마련했으며, 어음제도ㆍ은행업무 등을 이미 시행했다. 특히 내부인의 비리를 관리하기 위해 철저하게 장부를 기록했으며, 인사관리에서는 친인척 채용을 금지, 견습생 한명이라도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채용할 정도로 시스템 경영을 실현했다. 저자는 진상의 3대 상업수칙으로 신용ㆍ근면ㆍ지혜를 꼽았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돈을 벌기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버는 것이 큰 상인의 덕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진상의 상도에서 비롯된 속담은 중국인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다. ‘작은 부자는 머리를 쓰고, 큰 부자는 덕을 짓는다.’ ‘군자는 재물을 구하되 도리로서 취한다’ 등 시대를 초월한 진상의 상도는 성공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특별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중국 상술의 뿌리로 불리는 진상은 중국 신해혁명 이후부터 점차 쇠락하게 된다.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요인으로 인한 외부적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황금 숫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진상의 자손들이 아편을 피우면서 점차 운영체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돈에 불을 지펴 담배를 피우는 등 거드름을 피우며 사치를 부려 결국 향락의 달콤함과 아편의 자욱한 연기 속에 조상의 영광과 재산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책은 진상의 흥망성쇠를 통해 창업의 고난과 가업 유지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중국인의 마음을 읽으려면 그 문화와 역사를 아는 게 필수인 만큼 중국 경제의 뿌리로 불리는 진상을 아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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