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원ㆍ달러 환율 1,200대에 다시 진입하며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는 올 한해 주식시장을 흔들었던 양대 악재 중 금융위기 부문의 완화가 지수를 이끄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실물 경기 부진이 상단을 억누르고 있어 보합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최근 단기 급등을 유발한 순환매 장세가 한 사이클 돌았고 당분간 눈에 띄는 주도 업종이 나오기 어려운 장세인 만큼 ‘원화 강세 수혜주’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환율 1,200선 진입 불구, 실물경기 우려로 증시는 횡보=18일 원ㆍ달러 환율은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1,200선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1,160~1,170선 사이에서 사흘째 널뛰기를 하고 있다. 환율 및 금리 하락 등 외환시장 안정에 따른 유동성 랠리 기대감을 실물경기 악화 우려가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 및 외국인 매수세 등 최근 수급 여건은 좋아졌지만 경기여건이 좋지 않다는 시각이 여전해 강한 추세적 움직임을 보이긴 버거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의 단기 급등으로 인한 차익 실현 매물, 주도주 부재 등도 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낙폭이 과대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진 순환매 장세가 일단락된 후 시장에 주도주가 없고 개인과 기관들도 최근 단기 급등으로 차익 실현 부담을 느끼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 수혜주 투자유망=이날 주식시장은 환율의 추가 하락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그동안의 달러 강세로 ‘고환율 피해주’로 지목됐던 항공ㆍ여행ㆍ키코(KIKO)주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환율 상승에 의한 해외 여행객 감소 압박에 시달려온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한 것을 비롯해 키코 피해주인 씨모텍ㆍ대양금속ㆍ태산엘시디ㆍ에스에이엠티 등도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도 ‘매매 차익+환차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당분간 환율이 하락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 속에 국내 증권사들은 이에 따른 영향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한양증권은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기업과 대규모 달러 부채 보유 기업, 달러 기준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 등이 환율 하락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농심ㆍ한국전력ㆍ한진해운ㆍ포스코ㆍ하나투어ㆍKT 등을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았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 중인 120일 장기 이평선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커 외화 순자산 비중이 큰 종목에 좀더 관심이 요구된다”며 “코스피 200 종목 가운데 항공ㆍ자동차ㆍ정유ㆍ상사ㆍ해운ㆍ철강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