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가 소형 및 임대주택 의무 비율 등 재건축규제를 완화한 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급매물이 일부 회수되고 호가도 5,000만~1억원가량 오른 반면 강북권 재건축은 호가가 도리어 내려간 단지도 나타나는 등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강북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번 정부 재건축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 대표적 강북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8단지의 경우 지난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급매물이 전혀 소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올해 초만 해도 3억원까지 올랐던 36㎡형의 매도 호가는 규제완화가 발표된 직후 2억3,000만원 선까지 뚝 떨어졌다. 이 아파트 인근 송파공인의 유인권 사장은 “호재가 나와도 도무지 매수세가 없다”며 “만약 강남권 재건축이 다시 한 번 요동을 친다면 그때나 되야 움직임이 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선도하는 강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강북 재건축 시장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상계동 내 다른 주공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해 매도 호가가 올해 초보다 5,000만원가량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매수 문의마저 뚝 끊겼다. 강북권 내 또 다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광진구 자양동 자양아파트나 중랑구 망우동 염광 아파트도 재건축 수혜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모습이다. 자양아파트 62㎡형과 염광아파트 66㎡형의 경우 각각 올해 초보다 호가가 2,000만~3,000만원가량 내려간 상황에서 급매물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자양동 조은공인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돈이 있던 사람들도 펀드로 1억~2억원씩 까먹은 상황이라 매수세가 일어나기 쉽지 않다”며 “강남과 달리 서민들이 모여 있는 강북권 재건축은 아직까지 별 다른 반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건축 규제완화가 강북권 재건축 활성화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강북권 재건축 단지는 워낙 소형 물량이 많아 용적률이 늘어날 경우 집을 더 넓히겠다는 조합원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추가분담금도 늘어나 조합원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태 상계주공8단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용적률 상승분만큼 집을 넓혀 일대일 재건축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합원도 있다”면서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조합원도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이에 대해 “강남이 됐든 강북이 됐든 재건축사업은 주변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지금 같은 경제 침체기라면 소폭 상승한 강남권 집값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