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컨소시엄은 4,000억원대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매각 주관사가 기대했던 8,000억원 선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사 측이 현대백화점의 단독 입찰을 거부하고 해외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지만 동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운영사라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매각을 연기하고 재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 물류·유통업계는 전부터 대안으로 제기됐던 동부익스프레스의 부분 매각 시나리오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물류업계 '대어'로 꼽혔던 동부 인수 전이 현대백화점의 단독 입찰로 시들해진 것은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희망가와 전체 물량을 인수하는 데 따른 부담 등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때문에 부분 매각 가능성이 본격화될 경우 인수 희망군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손에 쥐는 전체 금액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양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11.11%에 여전히 협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동부의 해운 항만물류에 대해 관심이 높아 그동안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동부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T/M㈜의 지분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자체 물류사가 없는 현대백화점은 택배 등 물류의 필요성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컨테이너 사업을 확대중인 한솔로지스틱스는 2,000억원대 규모의 동부익스프레스의 컨테이너 사업군의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부분 매각은 유찰 뒤 업체를 쪼개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대주주인 KTB PE는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했지만 경영권을 온전히 쥔 상태는 아니어서 동부그룹 측의 동의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KTB PE는 동부그룹 재매각을 전제로 그룹에 경영권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하는 대신 예상 가격보다 저렴한 3,100억원에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만 사업이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 포인트인데 항만 분야 성장성이 크지 않다"며 "동부익스프레스의 매출 중 33% 이상이 동부그룹에서 나오는 등 추후 물량 감소 가능성이 높은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