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청수사팀' 이수일씨 사망소식에 야간출근

"이씨 불입건할 방침이었는데 변고 생겨 안타깝다"

`국정원 도청사건'관련 검찰 조사를 받아온 이수일(63) 전 국정원 차장이 20일 밤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사를맡아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밤 늦게 청사로 출근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느라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씨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을 듣고 사망 배경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면서도 자칫 조사 과정에서 강압행위 등을 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재만 특수1부장은 자택에서 황급하게 나온 듯 오후 11시10분께 캐주얼 복장으로 검찰청사로 출근해 미리 청사에 나와있던 김강욱 부부장 검사로부터 사건 경위를보고 받았다. 이어 이씨를 직접 조사한 박민식 검사도 출근해 조사 당시 상황을 유부장 검사에게 상세히 보고했다. 도청수사팀은 광주지검에 전화를 걸어 이씨의 유서가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있다면 팩스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씨가 숨지기 전 어떤 심경을 갖고 있었는지를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들도 유 부장검사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지난 달 4일과 이 달 3일, 11일 3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두번째 조사를 받은 뒤 심적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는 특히 2번째 조사를 마친 뒤 과거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검찰 조사에서 다 말하면 어떡하느냐는 얘기를 들었고 이에 `손바닥으로 태양을 어떻게 가리겠나. 말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진짜 그런 말을 했다면 이 발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도청실태를 소상히 밝힌 후 주변으로부터 정신적 압박을 받았음을 엿볼 수 있도록 해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씨가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가하거나 수치심을 유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이씨를 조사하기 전에 이미 과장과 국장 등 중간 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 따라서 이씨에게 강압행위 등을 할필요도 이유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는 도청에 관여한 기간이 짧았고 도청 폐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불입건할 계획이었는데 변고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달 11일 3차 조사에서 전날 신건 전 원장 조사 내용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진술서를 받았으며 이 때 불입건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2차장검사는 "이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크게 문제되는 진술을 한 적이없다. 업무기간이 짧고 비중있는 진술을 한 것도 아니다"며 무리한 수사를 할 필요가 없었음을 내비쳤다. 업무기간이 짧다는 것은 이씨의 재직기간이 2001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로도청 장비가 2002년 3월 폐기된 것을 감안하면 도청에 관여한 시기가 매우 단기간이었음을 의미한다. 대검의 한 간부는 "(자살) 동기도 불분명하고 왜 죽었는지 알려진 게 별로 없어서 지금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오늘 회의결과를 보고받고 내일쯤 돼야 검찰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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