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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부문심사총평, 승효상 심사위원장

창의·협력·장인기술 어우러져 건축예술 꽃피워





저는 평소에, 같은 땅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설계하여 경쟁하는 현상설계에서도 설계의 우열을 가리는 일에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작품들이 건축사의 투철한 작가의식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면 그 시대의식은 모두 귀하고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건축주의 건축목적에 부합여부를 따질 수는 있어, 그 경우의 가장 적합한 안을 뽑는 것이지 우열의 등수를 매기는 일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땅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며 조건도 많은 차이가 나는 건축을 두고 등수를 매겨 뽑는 일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도무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의 의심과는 관계없이, 우리 뿐 아니라 이미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사정을 감안한 시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국가를 넘나드는 건축상 제도가 여럿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저도 일선에서 설계업무에 종사하는 자인지라 그 설계과정의 험난함과 결과로서 만들어진 건축물에 대한 회한이 늘 사무치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완성된 건축물이 우리에게 어떤 작은 감동이라도 준다면, 온갖 험한 과정을 거치며 상처받고 바뀌어 지기까지 하는 그 건축의 원래 개념은 얼마나 더욱 감동적이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의 작품을 판단하는 일에 익숙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저는 남의 귀한 작품을 심사하는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정은 복잡하지만, 아무튼 수락해야 했고 게다가 위원장이 되는 불가항력적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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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상은 설계자에게만 주는 상이 아니라 건축주와 시공자에게도 같이 주는 상이어서 이런 종류의 상은 어느 무엇보다도 그 협력과 완성의 정도에 심사의 배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설계의 내용만을 따지게 되면 늘 관념적 기준 때문에 선정여부를 헤매는 것과는 달리, 이 경우에는 현실적이고 시각적인 물증들이 즐비하여 심사가 오히려 수월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랬습니다.

물론 올해 상을 받은 작품들은 대부분 이런 기준을 통과한 결과였을 겁니다. 건축사의 설계 창의력은 물론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어간 조정능력(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를 협조하고 건축의 공공성을 이해한 건축주의 패트론적 태도, 건축 개념에 대한 이해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한 시공자의 장인적 기술력. 세 가지가 소위 정립된 결과입니다. 제가 믿기로는 좋은 건축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게 확실합니다. 이 가치를 공유한 이번 심사의 결과에 저는 대단히 만족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수상신청을 한 동료 건축사들을 심사한다는 게 불편하여, 심사 내내 저는 늘 우유부단하고 애매모호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동료 심사위원들의 지적 통찰력과 노련한 경험이 그런 저의 못난 태도를 덮어주었습니다. 간혹, 하는 수 없이 제가 결론을 내려야 했을 때, 이 또한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심사결과는 제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통해, 심사를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내어준 동료 심사위원들의 노고를 다시 치하하고 그 성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남는 것은 역시, 의욕적으로 수상신청을 하였지만 수상에서 제외된 동료건축사들의 실망입니다.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다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 동안 줄곧 기피해오던 이 제도에 저도 기꺼이 참여하여 가능하면 매년 제 작업에 대한 동료 건축사들의 심사를 성실히 받겠습니다. 올해 저희 심사위원들이 세운 잣대보다 더 높은 기준을 내세워서 결국 이 땅의 괄목할 만한 건축문화를 이루는데 이 한국건축문화대상이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의미 있으며 그래서 가장 영예로운 제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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