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무역 1조弗과 한미FTA


이르면 오는 12월7일쯤 우리나라는 '무역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 '무역의 날'행사는 예년처럼 11월30일이 아닌 12월12일에 열린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앞의 영동대로에 '무역대로'라는 별칭이 부여되고 수출입국의 과정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설치된다고 한다. 과감한 선택과 도전의 결실 수출의 날이 정해진 것은 수출규모가 고작 1억달러에 불과했던 지난 1964년이다. 불과 한 세대 남짓한 짧은 기간에 세계 7대 무역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세계무역사상 유래가 없는 기적이다. 거기에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세계 10위권을 넘보게 된 우리 경제 성장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다팔 것이래야 가발, 싸구려 옷가지, 몇 가지 수산물밖에 없었던 시절, 수출에 국가 경제의 운명을 거는 수출주도 성장 전략을 밀어붙였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도박'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해외에서 들여온 자본과 기술에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는 방식의 수출 전략은 세계경제의 황금기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기반을 다진 섬유ㆍ철강ㆍ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 등은 이제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세계적인 산업으로 일어섰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역입국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가 쌓여가면서 '제 2의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지고 비례해서 힘센 선진국들의 견제와 보복위협도 거세졌다. TVㆍ섬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덤핑 제소를 당하는 것은 다반사였고 이른바 '슈퍼 301조'를 앞세운 보복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강력한 상호주의 원칙을 버티지 못하고 쇠고기를 비롯해 농산물 시장을 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함께 우리 수출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더라도 가진 것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는 제한적이다. 좋던 싫던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기관차는 수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야당을 비롯한 일부 계층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참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어리둥절해하는 외국인들이 이상할 것도 없다. 세계 최대이자 가장 자유로운 미국 시장이 경제적 영토가 됐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서는 당연히 환영해야 하는 데도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리한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FTA는 존재할 수가 없다. 자유무역은 주고받는 것을 확대하면 서로 간에 이득이 커진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연 것만큼 '자유무역의 힘'을 확인시켜주는 강력한 경험적 증거도 없다. 우리 경제 도약위한 발판될것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농업 부문만 해도 민감한 쌀은 자유무역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피해의 몇 배에 달하는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신에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산업들은 일본ㆍ대만 등 경쟁국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한미 FTA가 현실화되자 일본이 당황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많은 연구 결과들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으로 성공한 나라가 FTA를 거부하는 것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무역 1조달러는 자본과 기술도 없는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선택하고 도전한 결과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미 FTA쯤은 문제도 안될 정도로 우리의 역량은 엄청나게 커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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