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식품 한류 세계 음식지도 바꾼다] <1> 세계화 첫 관문, 중국

베이커리 … 홍삼 … 라면 … '안전한 고급먹거리' 대륙 입맛 사로잡아

파리바게뜨 진출 10년에 제빵 문화 업그레이드… 현지업체 한국으로 연수

우유·라면 등 품질 신뢰… 中브랜드 2~3배 값에도 2030 중심 불티나게 팔려


13억이라는 세계 최대 인구와 문화의 유사성, 한류 붐 등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기대되는 중국은 해외사업의 첫 관문이다. 중국에 이미 진출한 국내 식품·외식 기업들은 올해를 분기점으로 삼아 중국 사업 확장을 위한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그중에서도 세계 유수 기업들의 본·지사가 밀집돼 있는 상하이는 글로벌 입맛을 잡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상하이에 파리바게뜨 중국 1호점을 열고 중국 사업에 나선 SPC그룹은 10년 만에 120여개 매장을 열고 중국 베이커리 문화를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현지 베이커리 기업·단체가 유럽과 일본으로 가던 제빵 연수 지역을 한국으로 바꿔 매년 200여명이 SPC그룹의 경기도 평택공장을 방문할 정도다. 상하이 파리바게뜨 구베이점은 간판·매장 인테리어 모두 한국의 여느 파리바게뜨 매장과 흡사했다. 구베이점에서 만난 이정훈 SPC 중국법인 부장은 "생야채를 사용한 샌드위치 메뉴는 야채를 익혀 먹는 현지 식습관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고 중국인 직원들이 만류했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진출 초기부터 선보여 대표 메뉴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식빵에 햄·치즈 정도만 넣은 샌드위치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파리바게뜨는 여러 종류의 소스와 생야채·페이스트리 등으로 차별화해 고급 이미지를 확보했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이처럼 고급 제품으로 자리잡은 한국 먹거리는 베이커리뿐만이 아니다. 까르푸·로터스 등 상하이 주요 대형마트에서 농심 신라면 가격은 개당 3~4위안으로 1~2위안 수준인 현지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비싸지만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라면 판매 순위 10위권에 들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50대 중국인 여성 소비자는 "TV 광고를 보고 신라면을 사봤는데 느끼하지 않은 맛과 쫄깃한 식감의 면발이 다른 중국 라면 제품들보다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한국 유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에 힘입어 현지에서 한국 가격(1,200원)보다 비싼 8위안(1,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빙그레의 중국 사업 대행업체인 칭다오서성국제무역유한공사의 신철용 상하이지사장은 "상하이에서 지난해 바나나맛우유 매출이 2012년보다 2배 더 늘었다"며 "현지 유업체들이 바나나맛우유의 반값 수준으로 미투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은 중국 홍삼의 2~3배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상하이 시내 정관장 매장의 판매직원 리쥐안씨는 "중국 소비자들이 정관장 홍삼을 선물로 애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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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이미지와 함께 각종 식품안전 사고로 현지 식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중국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한국 식품기업들의 또다른 전략은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이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홍췐루점에는 빵·케이크를 제조하는 공간 옆에 별도의 손 세척실이 있다. 이외에도 중국법인 본사의 매장관리 전담 인력이 매달 한 번씩 전 매장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등 중국 현지 규정보다 더 까다롭게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박정훈 CJ푸드빌 상하이법인장은 "중국에서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가 고급 이미지를 얻으며 지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브레드톡·85℃ 등 대만계 브랜드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현지 유력 기업들로부터 사업협력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한국산 홍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겨냥해 모든 홍삼제품 포장에 한국에서 제조·포장됐다는 내용의 문구와 '고려삼'이라는 표기를 함께 삽입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먹거리를 즐기는 고객층이 한류 문화에 흠뻑 젖은 2030세대라는 점은 장기적으로 한국 식품업계에 고무적이다.

광고 모델인 장근석과 한예슬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는 카페베네 홍췐루점을 찾은 한 20대 중국 여성 고객은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카페베네를 알게 됐는데 와플·카페모카 등 다양한 메뉴와 함께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2012년 7월 중국기업 중기투자집단과 합작법인 '카페베네찬음관리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말까지 중국 50여개 도시에 160여개 매장을 열며 고속 성장 중이다. 중국 카페베네 가맹사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진량용 사장은 "카페베네의 한류 스타 마케팅 전략이 중국 젊은 층 공략에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해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젊은 층이 애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도 한국 식품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초 타오바오에 숍인숍 형식의 전문식품관을 개설했으며 KGC인삼공사도 올 상반기부터 타오바오·이하오덴·찡동샹청 등 주요 인터넷몰에 정관장몰을 열고 온라인유통에 나설 계획이다. KGC인삼공사 중국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종영한 드라마 '상속자'에 '에브리타임' 간접광고(PPL)를 진행했는데 중국의 온라인·SNS에서 화제가 돼 한류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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