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도 모르게 마약 운반' 주부 이국 옥살이

자신도 모르게 국제 마약 밀매범으로 지목돼 낯선 이국 땅에서 옥살이를 하게 된 장모(35·여)씨는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제수사가 끝날지도 모른다. 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다"며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남편과 늦둥이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장씨가 `국제마약밀매조직 운반책'이라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범죄인 취급을 받게 된 것은 남편이 평소 알고 지낸 조모(38·구속)씨의 검은 마수 때문이었다. 조씨는 사기죄로 기소중지된 뒤 1994년 네덜란드로 달아나 수리남에 도피 중인다른 조모(53)씨를 알게 된 뒤 마약을 몰래 운반할 한국인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씨 부부는 조씨가 `가이아나에서 금광에 투자하고 있다'며 평소 외국 출장이잦았던 데다 귀국하면 자신들의 집에 몇 달씩 신세를 졌던 까닭에 마약 밀매와 연관돼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가이아나는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및 파라 주와 접하고 있다. 그러던 중 조씨는 작년 10월 하순께 장씨에게 `남미에서 유럽까지 보석을 운반해주면 400만원을 주겠다'고 속인 뒤 비행기표를 줬고 장씨는 `생활비나 벌어보자'는 셈으로 가이아나로 출국했다. 장씨는 그 곳에서 마약밀매조직으로부터 37kg의 코카인이 들어 있는 여행가방 2개를 프랑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흑인에게 전해주라는 지시를 받고 비행기에 올랐지만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세관 검색대에서 바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장씨는 `마약인 줄 몰랐다'며 완강히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마약 소지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장씨의 남편은 "보석인 줄 알고 비행기에 올랐는데도 현지 사법 당국은 믿어주질 않고 있다"며 "딸이 이제 세살인데 엄마 얼굴도 못보고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있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씨는 자신의 여자친구 송모(32)씨에게도 `사례비를 받고 원석을 운반해줄 사람을 구해달라'고 속였지만 앞서 장씨가 프랑스에서 검거되면서 운반책 모집을 포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확한 재판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마약 소지 혐의가 아니라 밀매 혐의를 적용받더라도 2~3년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있다. 장씨처럼 마약인줄 모르고 운반하다 해외에서 구속된 사람들이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대응책을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당국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 밀매에 연루되는 사례가 최근에 잇따라전해지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외교통상부는 최근 홈페이지(www.mofat.go.kr)에 국제마약범죄 연루 유형과 적발시 처벌, 주요 범죄 사례를 게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연루 유형은 몇가지가 있지만 마약 조직원이 국내 여성 또는실업자 등에게 무료 해외여행을 시켜준다며 마약을 은닉한 화물을 운반해 줄 것을요청해 본인도 모르게 마약 운반책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올 3월에는 김모(41)씨가 페루-수리남-네덜란드로 연계된 범죄조직으로부터 코카인 11.5㎏이 은닉된 에메랄드 원석을 리마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운반해줄 것을 부탁받고 페루에 도착해 이를 소지하고 암스테르담으로 출국하려다 적발됐다고 외교부는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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